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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한령 풀려도 웃지 못하는 아모레퍼시픽, '진정한 승자' 따로 있다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5-03-14 13: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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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한령 풀려도 웃지 못하는 아모레퍼시픽, '진정한 승자' 따로 있다
▲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며 중국 시장에서의 소비 회복이 점쳐지는 가운데 가장 큰 수혜는 ODM 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챗GPT를 사용해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로 화장품업계에 봄날의 바람처럼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이 훈풍을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판이 바뀌면서 과거처럼 대형 브랜드가 주도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대신 개성 강한 인디브랜드와 이를 뒷받침하는 화장품 제조자설계생산(ODM) 기업이 부상하고 있다. 한한령 해제의 진정한 수혜자는 브랜드사가 아니라 제조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4일 중국 시장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올해 한한령이 완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이 중국 전역에서 개봉한 데 이어 한국에 문화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하는 등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도 내수 부양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구환신(노후 제품 교체)’과 소비 촉진 정책을 중심으로 경기 활성화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K뷰티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장 판도가 바뀌면서 국내 대형 브랜드사들이 이전과 같은 반사이익을 누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한때 중국에서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K뷰티 시장은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대형 브랜드들이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현재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개성 강한 로컬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대형 브랜드까지 중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전통적인 국내 브랜드사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파워도 이전과 비교해 약화됐다고 지적한다. 한때 ‘설화수’와 ‘라네즈’로 중국 시장을 장악했던 시기와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실제 LG생활건강도 ‘더후’를 제외한 브랜드의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한 만큼 아모레퍼시픽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ODM 기업들은 오히려 입지를 넓히고 있다. 특정 브랜드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국내외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시장 변화에 훨씬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국내 대표 ODM 기업인 코스맥스는 최근 중국 상하이에 신사옥 건립을 시작하며 한 발 빠르게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H&B) 매장의 영향력 확대도 ODM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화장품 쇼핑 패턴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면세점과 로드숍이 필수 코스였다면 이제는 올리브영 같은 H&B 매장이 새로운 쇼핑 1번지로 등극했다.
 
중국 한한령 풀려도 웃지 못하는 아모레퍼시픽, '진정한 승자' 따로 있다
▲ 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헬스앤뷰티(H&B) 매장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 4조8천억 원을 달성하며 ‘5조 클럽’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올리브영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샤오홍슈에서 ‘한국 관광’을 검색하면 ‘올리브영’이 연관 검색어로 뜨며 ‘올리브영에서 꼭 사야 할 제품’이라는 게시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토리든, 아누아 같은 인기 제품들이 필수 쇼핑 리스트에 오르는 이유다.

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화장품 대부분이 ODM 기업이 생산한 중소 브랜드 제품이다. 올리브영이 성장할수록 ODM 기업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더라도 아모레퍼시픽의 실적 개선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 변화 속에서 중저가 및 기능성 화장품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며 “방한 중국인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경우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며 신생 인디브랜드의 인지도 상승과 판매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도 한한령 해제의 최대 수혜주로 국내 대표 뷰티 브랜드사인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이 아닌 ODM 기업을 꼽고 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한령 해제와 소비 회복 등 화장품 업계의 성장 동력이 ODM 기업으로 향하고 있어 올해도 ODM 업계의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최선호주로 코스맥스, 차선호주로 한국콜마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 역시 “코스맥스는 상하이, 광저우, 잇센 합작법인 등 중국 내 법인 3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ODM 수요를 가장 많이 확보하는 기업”이라며 “중국 시장 회복 시 가장 빠른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 회복의 훈풍을 완전히 비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등의 핵심 열쇠로는 프리미엄 브랜드 ‘설화수’가 지목된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중저가 브랜드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여전히 충성 고객층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 양극화가 뚜렷하다. 로컬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고급 화장품 시장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브랜드와 K뷰티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설화수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워 꾸준한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브랜드로 꼽힌다.

중국 내수 소비가 회복되고 럭셔리 트렌드가 부상하게 된다면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에서 설화수가 다시 한 번 주목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탄탄한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중국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굳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성장률 회복을 위해서는 결국 중국 시장점유율을 되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인 만큼 현지 고객이 선호하는 제품과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 법인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중국 내 주력 브랜드인 설화수와 려의 상품 경쟁력을 높여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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