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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위기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론에 이재용 어떤 결단하나, 실기가 더 두렵다

조장우 기자 jjw@businesspost.co.kr 2025-03-1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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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저널] 위기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론에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846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용</a> 어떤 결단하나, 실기가 더 두렵다
▲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위기에 빠지면서 파운드리 분사와 관련된 논란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을 놓고 분사를 해야 한다, 아니다 하는 논란이 거세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를 여러 방안이 나오고 파운드리 분사론도 빠지지 않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를 놓고 어떤 방향으로 결단을 하든 오롯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몫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반도특별법안이 논의되는 등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국가적 사안이 된 만큼 이재용 회장은 어떤 결단을 하든 그 이유와 비전을 제시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생전에 조직의 유연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며 대기업의 관료화를 경계했다. 

그는 "대기업이면서도 소기업처럼 움직여야 한다"며 "작은 조직일수록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고 기동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이런 지론은 삼성전자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민첩하게 대응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해야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전문 회사(팹리스)로부터 디자인을 받아 위탁 생산하는 사업으로, 고도의 기술력과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 TSMC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이재용 회장은 파운드리 분사를 놓고 언제 어떤 결단을 내놓을 것인가? 문제는 결단이 아니라 실기, 곧 때를 놓치는 일일 수도 있다.

◆ 파운드리 분사, 해묵은 딜레마

삼성전자가 '공룡'이라 불릴 만큼 거대한 조직이기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 분사를 통해 조직의 민첩성과 의사결정 구조의 독립화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사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거대한 조직 구조에서는 이러한 민첩한 대응이 어렵고,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져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 기업(IDM)으로서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고객과 이해 상충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됐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고객사 입장에서 자신들의 핵심 기술과 설계 정보를 경쟁사이자 잠재적 경쟁자인 삼성전자에 맡기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TSMC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내세워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2024년 10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개최한 ‘삼성전자 RE100 대응방안 및 시스템 반도체 설계부문 매각 촉구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가 위기를 겪는 이유는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문을 같이 하겠다는 잘못된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그로 인해 파운드리 부문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최신 상품을 수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지정학 패러다임 변화와 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의 경우 고객과 접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추가로 설립하는 것처럼 현지화가 필요하며 파운드리를 분사하고 미국에 상장하는 것도 검토할 만 하다”며 파운드리의 분사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씨저널] 위기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사론에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846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용</a> 어떤 결단하나, 실기가 더 두렵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생전 지침과 다르게 삼성전자를 거대 조직으로 꾸려나가며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이재용의 고뇌, 분사 주저하는 이유

이재용 회장이 파운드리 분사를 결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는 사업 환경과 투자 여건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거론된다.

먼저 분사 후 고객사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더라도 곧바로 TSMC의 고객사들을 빼앗아오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TSMC는 오랜 기간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해왔으며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 'TSMC 외교'를 통해 강력한 반도체 동맹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막대한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비롯한 첨단 설비 투자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얻는 막대한 수익을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왔는데, 분사할 경우 이러한 '지원'이 끊겨 투자 여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분사 후 삼성전자의 주주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LG화학이 2020년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분할하여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한 후, 오히려 LG화학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런 이유들을 고려하여 아직까지 파운드리 분사 필요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2024년 10월 필리핀을 방문할 당시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hungry)하고 있다”며 “분사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 삼성의 '결단력 DNA'

이건희 선대회장은 생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외칠 정도로 혁신에 대한 갈망과 결단을 보여줬다.

이 선대회장은 양 중심의 경영에서 질 중심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조직, 문화, 시스템 등 모든 것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품질 불량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불량 휴대폰 15만 대를 불태운 '애니콜 화형식'은 이 선대회장의 결단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재용 회장에게도 이런 '결단 DNA'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이재용 회장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기와 반도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정치권 현안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더 과감한 혁신과 결단이 필요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재용 회장이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과감한 투자 결단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당시 목표를 제시하며 향후 10년간 R&D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천 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시장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재용 회장의 과감한 결단의 리더십을 시장은 원하고 있다. 그 출발은 파운드리 분사론에 대한 이 회장의 결단과 설득일 수도 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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