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5-03-10 15: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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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솔리다임은 오랫동안 적자가 지속되며 재무부담이 커져, 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기도 했다.
▲ 노종원 솔리다임 각자대표이사가 데이터센터용 SSD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하지만 노종원 솔리다임 각자 대표이사는 AI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메모리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솔리다임 체질개선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10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이르면 올해 3월 솔리다임 인수 잔금 22억3500만 달러(약 3조2500억 원)를 인텔에 지급하고, 인수를 완전히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인텔 낸드사업부였던 솔리다임을 88억4400만 달러(약 12조8천억 원)에 인수했다. 2021년 말 1차 납입금으로 66억900만 달러를 지급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으로 현금유입이 크게 늘어나, 인수 잔금을 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약 4조9천억 원에 이른다.
인수 초기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기대와 달리 낸드플래시 가격이 폭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2022~2023년 누적 순손실이 7조3599억 원에 달했고, 2022년 3조1416억 원에 이르던 자본총계는 2023년 –7655억 원이 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솔리다임은 기업용 SSD(eSSD)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4년 8306억7800만 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벗어났다.
AI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솔리다임의 기업용 SSD 경쟁력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솔리다임은 기업용 ‘쿼드레벨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QLC eSSD)’의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쿼드레벨셀(QLC)은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로 1비트를 저장하는 싱글레벨셀(SLC) 방식 대비 4배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저장장치다. 또 데이터를 읽는 속도가 빨라 AI 추론 서버에 적합하다.
솔리다임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용량의 122테라바이트(TB) QLC SSD를 출시했고, 올해부터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본격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IT 전문매체 더레지스터는 “빅테크인 메타는 성능 유지와 에너지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증가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서 추가 저장 장치로 QLC SSD를 사용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QLC 기반 서버의 바이트 밀도 목표는 현재 구축 중인 트리플레벨셀(TLC) 기반 서버의 6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솔리다임의 쿼드레벨셀(QLC) 기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D5-P5430’. <솔리다임>
현재 구축돼 있는 데이터센터는 데이터의 약 90%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AI 발전으로 저장해야 할 데이터가 급증하고,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도 중요해지면서 HDD는 점차 SSD로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노 대표는 올해 1월부터 소비자용 SSD 사업을 중단하고, 데이터센터용 eSSD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솔리다임의 소비자용 SSD가 그동안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시너지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적층 기술에서 선두주자이고, 솔리다임은 컨트롤러 기술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회사는 합병 이후 SK하이닉스의 낸드와 솔리다임 컨트롤러 결합한 기업용 SSD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고 있다.
컨트롤러는 컴퓨팅 시스템의 메인보드와 운영체제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저장 장치로 인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수행하는 칩을 말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기업용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9.5% 점유율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에 비해 점유율이 3.9%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점유율은 31.3%로 직전 분기에 비해 3.4%포인트 증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SSD 수요가 폭증하면서 ‘계륵’이었던 솔리다임이 SK하이닉스의 부족했던 기술력을 보완해주는 ‘효자’가 되고 있다”며 “한 때 실패한 인수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최근 재평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