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KAL맨'으로 꼽힌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시대를 연 1등 공신이다.
대한항공에 40여 년 가까이 몸담아왔는데
조원태 회장의 '믿을맨’으로 꼽힌다.
항공업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오너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를 보좌하는 전문경영인의 역할도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준다.
대한항공이 대한민국 1등 항공사로 우뚝 서는 과정에서 우 부회장이 그런 역할을 해왔다.
대한항공이 실시한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우기홍 대표이사 사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5년 만에 부회장 체제를 부활시킨 것은
조원태 회장의 신뢰와 기대를 방증한다.
우 부회장이
조원태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게 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크게는 경영권 분쟁 방어, 코로나19 위기 극복,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굵직한 세 가지 사안에서 뚜렷한 공을 세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남매 분쟁’ 중재, 조원태 체제 수호 앞장서다
조원태 회장은 2019년 4월 조양호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16일 만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지만, 취임 초부터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3자 연합’을 결성하여 조 회장 체제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러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기홍 부회장은 조 회장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다.
특히 조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의 갈등을 겪었을 당시 우 부회장이 직접 나서 모자 관계 회복을 위해 물밑 노력을 기울인 것은 일화로 남아있다.
당시 어머니 이명희 전 이사장은 한때 조 전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며 갈등을 키웠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이 직접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일단락 됐다.
우 부회장은 이 자리에 동석하면서 모자 사이의 갈등을 원만하게 중재하는 역할을 맡아 최종적으로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는 변곡점을 만드는 데 역량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에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했을 때
조원태 회장은
우기홍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과 관련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포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처럼 우 부회장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공을 세우면서 조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되었다.
◆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바꾸다
2020년 초부터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항공업계에 전례 없는 위기를 가져왔다.
각 나라별로 봉쇄 조치와 여행 제한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다수 항공사들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과
우기홍 부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발 빠른 사업 전환과 효율적 위기 관리 능력을 통해 오히려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우 부회장은 여객기 운항이 어려워지자 유휴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여 급증하는 화물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조원태 회장에게 건의했고 조 회장은 흔쾌히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특히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항공 화물 수요 증가를 정확히 예측하고, 발 빠르게 화물 노선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세계 항공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효율적인 비용 절감과 경영 전략을 통해 대한항공의 흑자경영을 지속하며 글로벌 항공사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2022년에는 대한항공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조8836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이 2025년 3월4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창립 56주년을 맞아 열린 새로운 기업 가치 체계 'KE Way'를 알리는 '보딩데이'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대한항공> |
◆ 아시아나항공 인수, ‘규모의 경제’ 주춧돌 놓다
우기홍 부회장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바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빅딜’을 마무리 짓는 데 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발표했고 우 부회장은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여 4년여의 긴 협상 끝에 두 회사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차원을 넘어 국내 항공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고, 대한항공을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도약시키는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특히 글로벌 각 나라 경쟁당국의 까다로운 심사 와 견제 속에서도 우 부회장은 특유의 냉철한 판단력과 협상력을 발휘하여 각국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고 기업 결합 승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일례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일부 노선 양도와 화물 사업 매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유럽 4개 노선의 운항을 이관하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에어인천에 매각하는 결단을 내리며 유럽연합 집행위워회의 우려를 해소했다.
◆ 우기홍 향후 위상은?
우기홍 부회장은 지난 2019년
조원태 회장이 취임한 이후 경영권 방어, 한진칼 지배구조 안정화, 아시아나항공 인수 등 굵직한 현안들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조원태 체제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 창궐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흑자 경영을 이룩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사시킨 공로는
조원태 회장의 신임을 더욱 두텁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 부회장은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조원태 회장에 이어 그룹 내 확실한 2인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우 부회장이 앞으로 대한항공을 넘어 통합 항공사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우 부회장의 앞날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노조와의 관계 설정, 마일리지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통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더해
조원태 회장이 지주회사 한진칼에서 낮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 그룹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우 부회장이 보좌해야 할 숙제도 무겁다.
2025년 2월 기준으로
조원태 회장이 동일인으로서 보유한 지분은 5.78%로 미미하며, 친족 및 계열사 지분을 더한 우호지분도 19.5%에 불과하다.
전체 지분구조를 살펴보더라도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17.44%를 보유한 호반그룹이며, 2대주주는 14.9%를 들고 있는 델타항공, 3대주주는 KDB산업은행(10.58%)으로 파악된다.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델타항공 및 산업은행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지만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하는 일이 절실하다. 우 부회장이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할 수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