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발표를 내놓자 주요 고객사인 퀄컴의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적극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TSMC가 미국 투자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고객사들에 전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퀄컴과 애플,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 기업들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4일(현지시각) CNBC와 인터뷰에서 “TSMC의 미국 1천억 달러 투자는 좋은 소식”이라며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TSMC는 미국 내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증설과 연구개발 센터 신설에 1천억 달러(약 145조 원)를 들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퀄컴과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내 주요 고객사들이 현지 공장에서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길 계획을 두고 있다.

아몬 CEO는 TSMC의 투자가 반도체 공급망뿐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며 결국 반도체 수요 증가도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퀄컴 반도체가 이미 TSMC의 미국 애리조나 제1 반도체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물량을 미국 공장에 맡길 것이라고 전했다.

TSMC는 1분기 중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의 정식 가동을 시작할 계획을 두고 있다. 이를 앞두고 주요 고객사 반도체를 시험 생산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

퀄컴이 미국에서 제조되는 반도체를 적극 사들이겠다고 밝힌 것은 트럼프 정부에서 앞세우는 미국 반도체 산업 활성화 정책에 발을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부는 대만에서 수입되는 TSMC 반도체에 최고 100%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압박하며 대규모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TSMC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비용은 대만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어 퀄컴을 비롯한 고객사도 부담을 느끼게 될 공산이 크다.

TSMC가 미국 파운드리 설비 가동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고객사들에 전가해 반도체 위탁생산 비용을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TSMC의 미국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은 미국 기업들도 함께 책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애플과 AMD, 엔비디아와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 고객사가 TSMC 미국 공장에서 제조된 반도체를 사들이려 한다면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을 고려한다면 이들 고객사들은 사실상 의무적으로 미국 파운드리 설비에 위탁생산을 일부 맡겨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퀄컴 CEO가 표면적으로 TSMC 의 미국 투자 확대를 환영한 것과 달리 중장기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을 갈수록 크게 느낄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타임스는 “TSMC 미국 공장에 파운드리 수요 물량을 얼마나 배정할지는 반도체 설계 기업들에 큰 고민으로 남게 됐다”며 “미국 정부를 만족시킬 만한 수준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