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가게에 플라스틱 빨대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플라스틱 생산 규제 찬반 문제로 결론을 내지 못했던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이 올해 8월 재개된다.
하지만 지난해 생산 규제에 찬성했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으로 입장을 180도 바꾸면서 '강력한 협약'이 타결될 가능성에 짙은 먹구름이 끼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올해 8월5일부터 1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 협상위원회 연장 세션(INC-5.2)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2022년 유엔 환경총회 결의안을 근거로 하는 조약으로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피해 완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원래 지난해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렸던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가 최종 회의가 될 예정이었으나 참여국들의 입장 차가 컸던 탓에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플라스틱 생산 규제 문제이다.
유럽연합(EU), 페루, 르완다, 한국 등 100여 개가 넘는 국가는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협약 내용에 명시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 반면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연장 세션 개최소식을 접한 환경단체들은 올해에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수 있는 협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으로 기대했다.
국제 비영리기구 협의체 ‘소각로 대안을 위한 국제 연합(GAIA)'의 글로벌 정책 책임자 아나 로샤는 플라스틱 전문 미디어와 나눈 인터뷰에서 “INC-5 때와는 상황이 바뀌었고 야심찬 조약을 향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구체적으로 형성됐다”며 “INC-5.2에서는 각국은 화석연료 업계와 맞서 강력한 조약을 내놓을 추진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최종 협약문의 기반이 되는 ’의장 초안‘에 플라스틱 생산 규제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점을 들어 이와 같은 지적을 내놓은 것이다.
의장 초안 3항을 보면 “참여국들은 각자 사정에 맞춰 인체 및 환경에 유해할 수 있는 일회용 또는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및 유해 화학물질 생산을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다.
▲ 지난해 11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가 개최됐던 부산 벡스코.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환경단체들의 바람과 달리 올해 국제 정치 상황이 바뀐 것을 고려하면 강력한 협약이 타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INC-5에서는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지지했던 미국이 올해는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산업 부양을 목표로 여러 환경 규제를 철폐하고 있으며 지난달 10일(현지시각)에는 미국 국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갈 것”이라며 “종이 빨대는 역겹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 시절 플라스틱 규제를 비판하며 플라스틱 빨대 판매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10개 묶음을 개당 15달러에 판매해 출시 몇 주 만에 약 50만 달러(약 7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실무그룹 회의 등 환경 관련 국제회의에 불참하기로 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차기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서는 아예 빠질 가능성도 있다.
제러드 허프만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폴리티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협약을 향한 가능성을 끝장낼 것"이라며 "그가 러시아와 사우디 등 다른 화석연료 국가와 기업들과 손을 잡아 조약 타결 자체는 이끌어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결국 플라스틱 오염과 화석연료 산업이 합법적으로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