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요금 인상 추이(왼쪽), 용도별 전기요금. <대한상공회의소>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제조업체 10곳 가운데 4곳은 높아진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응해 새로운 전력조달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전기요금과 전력시스템에 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요금이 높아짐에 따라 자가발전소를 세우거나 전력도매시장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등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방안을 시도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기업이 11.7%, ‘지금은 아니나 요금이 더 오른다면 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이 27.7%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지속적 인상으로 경우에 따라 자가발전소를 세우거나 전력도매시장에서 전력시장가격(SMP)으로 전기를 구매하는 것이 더 저렴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추이를 보면 2000년 이후 2024년 12월까지 주택용 요금이 42% 오르는 동안 산업용 요금은 227% 인상됐다.
우리나라 산업용 요금(2024년 12월 기준)은 미국, 중국보다 높고 발전단가가 낮은 원자력발전 비중이 우리(29.9%)보다 2배 더 높은 프랑스(64.2%)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라 전력을 많이 쓰는 데이터센터, 반도체공장 등이 늘어나는 데 대응해 필요전기를 지역에서 생산해 쓰는 ‘분산전원시스템 도입’을 ‘동의한다’는 기업은 74.3%로 집계됐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들은 AI와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력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며 “우리도 AI혁명과 미래생존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첨단산업에 대한 안정적 전력공급과 강력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에 느끼는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78.7%가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46.4% 기업은 ‘경영활동이 위축될 정도로 부담이 매우 크다’고 답했다.
특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응답기업의 79.7%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가격경쟁이 심해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부담에 따른 국내투자 조정 가능성도 시사했다.
잇따른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요금이 예전과 같은 산업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경영전략이나 투자계획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53.0%가 재검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산업용 전기요금의 바람직한 조정방향으로는 ‘파급영향을 고려해 추가인상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46.3%)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 외 ‘전기요금 조정방향을 미리 제시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대비 유도’(22.3%), ‘용도별 원가를 공개해 전기요금 부담의 형평성 제고’(21.7%), ‘독립된 가격결정기구 설치로 요금조정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9.7%)가 필요하다는 순으로 답했다.
분산전원시스템 도입을 위한 정책으로는 ‘지방 이전을 위한 파격적 규제개혁과 세제혜택’(29.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지역별 전력판매요금 차등화’(22.0%), ‘분산전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AI 전력망 기술도입’(19.0%), ‘분산전원사업자가 전력망이용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망중립성 보장’(15.0%),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가상발전소(VPP) 사업자 활성화 등 관련 인프라 조성’(14.3%) 순으로 응답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우리는 에너지를 거의 수입하고 수출이 중요한 나라인 만큼 에너지효율 개선과 산업활동을 지원하는 전력시장이 뒷받침돼야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며 “미래 첨단산업 발전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기요금 책정과 전력시스템 구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