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03-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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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대한유화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기반으로 하는 범용 기초소재 시장의 업황 변화에 힘입어 올해 4년 만에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강길순 대한유화 대표이사 사장은 실적 회복을 바탕으로 고부가제품인 배터리 분리막용 플라스틱 사업확대에 힘줘 이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강길순 대한유화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실적 회복을 바탕으로 배터리 분리막용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한유화는 올해 최소 160억 원에서 최대 8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범용 기초소재 시장에서의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서 대한유화도 실적 반등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화학기업 가운데서도 대한유화는 범용 기초소재 시장의 상황에 따른 실적 변동이 큰 편에 속한다. 나프타분해설비에 기반한 에틸렌, 모노머, 폴리머 등 기초유분 생산 비중에서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범용 기초소재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이어지면서 대한유화는 최근 3년 동안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에는 영업이익 1794억 원을 냈으나 이후 적자로 돌아서 2022년 2146억 원, 2023년 623억 원, 2024년 598억 원 등 영업손실을 봤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석유화학 시장 전망을 놓고 “기초유분 에틸렌의 글로벌 증설이 줄어든다”며 “2025년 석유화학 업황은 예년 평균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중국 율룽석유화학의 에틸렌 300만 톤 양산 계획이 품질 문제로 지연돼 2025년 글로벌 에틸렌 순증설 규모는 기존 예상치인 500만 톤가량에서 200만 톤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강 사장은 올해 실적 호전을 바탕으로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탈피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유화의 사업구조 조정에서 핵심 열쇠는 배터리 분리막용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다.
배터리 분리막에서는 리튬이온이 돌아다닐 수 있는 균일한 크기의 기공이 중요하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차단하면서 리튬이온은 최대한 균일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폴리에틸렌 소재는 화학적 방식(습식)으로 처리해 균일한 기공을 생성할 수 있어 고성능 분리막으로 여겨진다. 폴리프로필렌 소재는 기계를 활용해 잡아당기는 방식(건식)으로 가공하기 때문에 비교적 기공 균일성이 떨어진다. 대신 더 저렴하고 환경 친화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증권업계 추산에 따르면 대한유화는 2024년에 배터리 분리막용 폴리에틸렌을 9만 톤, 폴리프로필렌은 5만 톤 판매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27%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대한유화는 배터리 분리막용 플라스틱 부문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셀라니즈’와 일본의 ‘미쓰이화학’, 중국의 ‘페트로차이나’ 등과 치열한 1위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강 사장으로서는 제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
대한유화는 지난해 ‘초고분자량 폴리프로필렌(UHMWPP)’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배터리 분리막용 폴리프로필렌 경쟁력 강화에 성과를 내고 있다. UHMWPP는 내마모성과 내충격성이 높아 분리막뿐 아니라 다양한 고부가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소재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지난해 초고분자량 폴리프로필렌 상용화 성공한 것을 바탕으로 올해는 신규 매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이 배터리 분리막용 소재 등 특화소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는 이유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처한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화학 소재를 활용해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스페셜티’에 집중하고 있다.
▲ 대한유화는 배터리 분리막용 플라스틱 부문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셀라니즈’, 일본의 ‘미쓰이화학’, 중국의 ‘페트로차이나’ 등과 1위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사진은 대한유화 울산 온산공장의 모습.
석유화학 기업 실적에서도 스페셜티(특화소재) 중요성이 드러난다. 석유화학 ‘빅4’로 꼽히는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가운데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 두 회사만 지난해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석유화학만 놓고 봤을 때 흑자를 낸 곳은 금호석유화학이 유일하다.
금호석유화학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보다 니트릴부타디엔(NB) 라텍스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특화 제품을 바탕으로 272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대한유화 역시 앞으로 범용 석유화학 제품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특화소재 비중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