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취임한 박 대표의 공식 임기는 3년이다. 임기 전반기였던 지난해 삼성증권은 영업이익 1조 원을 넘어서며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는 올해엔 체급 올리기를 통해 질적 도약을 시도하겠다는 박 대표의 포부가 읽힌다.
28일 삼성증권 안팎을 종합하면, 박 대표는 해묵은 과제였던 발행어음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이란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겨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위를 얻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두 배 안에서 발행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을 뜻한다. 낮은 금리로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전날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내부 회의체를 구성한 것은 맞다”며 “아직 내부검토 단계”라고 밝혔다.
현재 초대형 IB를 취득한 증권사는 KB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만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했다.
삼성증권도 2017년 발행어음 인가를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금융위원회로부터 거절당했다.
삼성증권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던 것이 이유였다. 이 회장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면 받은 뒤에도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계속된 재판을 받아왔다. 덩달아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도 늦춰졌다.
이달 3일 이 회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며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인가 취득 재도전도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증권이 IMA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IMA란 증권사가 고객의 예탁금을 기업금융에 투자해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발행어음과 달리 자금 조달 한도가 없어 증권사가 더 많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다만 자기자본규모가 8조 원을 넘는 증권사에게만 허락된다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IMA는 2016년에 도입됐지만 9년 째 인가를 얻은 증권사가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위는 이를 해결하고자 지난달 발표한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올해 1분기 안에 8조원 이상 초대형IB에 IMA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더해 증권업계 양극화 흐름도 삼성증권을 재촉하고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난달 ‘자본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증권업계는 점포 대형화와 디지털 채널 강화 영향으로 증권사 지점과 임직원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자본과 수익성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MA 취득 사업자는 자금 운용 규모가 훨씬 늘어나 다른 증권사와 초격차를 벌릴 수 있다. 증권사로선 빠른 자격 획득을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가운데 한 곳이 1호 IMA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규모가 각각 9조9천 억, 9조3천 억 수준으로 기준인 8조 원을 만족한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6조9천 억 수준으로 아직 1조 원가량 부족하다.
발행어음이라는 초대형IB의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위 2개 증권사와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빠른 체급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2027년까지 자기자본 8조 원 달성을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몸집을 키우기 전까지 주주환원 비율도 무리해서 늘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 등 신규 사업 진출이 지연되지 않는다면 2027년 까지 자기자본 8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