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약 4년 만에 다시 레벨제를 추진하는 것이 이 GIO의 이사회 복귀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와 중국 AI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조직 운영 방식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GIO는 그동안 ‘두려움’과 ‘절박함’을 강조해왔다. 사내이사로 복귀한 이후에도 챗GPT를 앞세운 미국 빅테크와 딥시크 등 중국 AI 기업들의 공세 속에서 네이버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구성원들에게 성과 창출에 대한 위기감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2년에는 사내 강연을 통해 “편해서 NHN 왔다는 직원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로 벤처 정신을 요구했다. 2016년에는 라인 상장 이후 “절박함이 라인의 성공 비결”이라며 “지금도 미국 거대 인터넷 사업자들이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 네이버는 지난 21일 공시를 통해 이 GIO를 사내이사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성남 정자 네이버 그린 팩토리.
네이버는 21일 공시를 통해 이 GIO를 사내이사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3월26일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공식적으로 복귀한다. 이 GIO는 2017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뒤 글로벌 사업에 집중해왔다.
네이버 측은 “이 창업자는 GIO로서 회사 전반과 IT 산업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며 “AI 시대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과거 네이버의 성장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GIO의 복귀 이후 네이버 경영 전반에서 그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3월 변대규 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이 GIO가 향후 의장직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GIO는 과거 네이버가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로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직접 회사를 지휘하며 변화를 이끌어 왔다. 2013년 NHN이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게임)로 분할할 때 이사회 의장을 맡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모바일 전환기에도 기업 시장 변화에 원활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간 변화기에서 네이버의 방법으로 잘 헤쳐 나갔던 사례가 있는 만큼 이번 AI 시대 변화에서도 네이버만의 방법으로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