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2-26 1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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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12조3억 원.’
전날 기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지분 가치다. 조 회장은 국내 주식부자 1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가치를 바짝 뒤쫓으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나오기 전부터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주가치 강화 계획을 추진해온 조 회장의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정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 지분 가치는 10년 동안 10배 넘게 늘었다.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2015년 초 만해도 1조 원에 못 미쳤다. 하지만 그해 증권시장 호황을 타고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 주가가 크게 오르며 1조 원을 넘겼다.
이에 처음으로 2016년 포브스가 선정하는 10억 달러 이상 재산을 보유한 ‘억만장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이제 조 회장의 지분가치는 10억 달러를 넘어 100억 달러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국내 주식부호 1위 이재용 회장과 차이도 5% 내외에 그친다.
조 회장 지분가치는 최근 10년 동안 크게 늘었는데 특히 국내 다른 회장들과 다르게 상장사 한 곳의 지분만 가지고 있다는 점이 특이점으로 꼽힌다.
이재용 회장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E&A,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다수의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지분가치가 12조~13조 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은 상장사가 메리츠금융지주 단 하나에 그친다.
애초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도 상장사였으나 2023년 메리츠금융지주가 화재와 증권 지분을 인수해 100% 자회사로 삼는 동시에 화재와 증권을 상장폐지시키면서 상장사가 하나로 줄었다.
중복상장을 막아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평가됐는데 이는 실제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코로나 이후인 2020년 3월 국내 증시 붐을 타고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3년 지배구조 변경이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2020년 2월 1만 원 초반대에서 2022년 1월 5만5천 원대까지 5배 넘게 올랐다.
하지만 그해 10월에는 다시 1만 원 후반대까지 주가가 밀렸다가 11월 화재와 증권을 지주의 완전자회사로 삼고 자진 상폐시키는 결정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지속 상승해 현재 12만 원대까지 올랐다.
조 회장은 당시 메리츠증권과 화재의 지주 완전 자회사 편입 결정으로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이 70% 중반대에서 50% 초반대로 떨어졌다.
지분율 감소에도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심은 것인데 이후 주가 상승으로 지분가치는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조 회장은 당시 결정으로 2023년 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조 회장이 메리츠금융 회장에 오른 뒤 전문경영진에 전권을 일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것을 모범사례로 뽑는 동시에 지주와 자회사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통해 2중 상장된 자회사를 지주사의 완전자회사로 만든 점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당시 “기업분할과 2중 상장, 3중 상장이 만연한 한국 자본시장에서 보기 힘든 사례”라며 “메리츠금융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 일치, 전문경영체제 확립으로 기업가치를 크게 늘리며 진정한 주주환원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당시 조 회장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한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함께 웃어야 오래 웃는다’는 경영방침을 소개하기도 했다.
▲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가운데)이2023년 12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 대상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왼쪽)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 오기 전 조정호 회장께 수상소감으로 어떤 이야기를 원하시냐 물었더니 늘 하던 이야기를 하라고 하셨다”며 “메리츠금융은 그동안 나만 웃는 게 아니라 함께 웃는 것을 목표로 경영을 했더니 모든 측면에서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메리츠금융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기업가치 제고방안도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조 회장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나오기 전인 2023년부터 연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목표를 지니고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추진했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정부 밸류업 정책이 본격화한 뒤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밸류업 공시를 내기도 했다.
메리츠금융은 당시 “수년 전부터 공시와 기업설명회 등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설명해왔기 때문에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신속하게 실행계획을 내놓을 수 있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증권업계에서도 메리츠금융지주 밸류업과 이를 뒷받침할 실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19일 지난해 실적 발표를 한 뒤 다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은 지속적 자기주식 매입으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당분간 자기주식 중심의 주주환원을 유지할 계획”이라며 목표주가 15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의 단단한 이익체력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14만5천 원으로 높여 잡았다.
국내 증권가의 최근 3개월 메리츠금융지주의 목표주가는 14만 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가 14만 원까지 오르면 시가총액은 26조7천억 원, 조 회장의 지분 가치는 13조7천억 원에 이른다.
조 회장이 이재용 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부호 1위에 오를 수도 있는 셈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14만3천 원으로 높여 잡으며 “2022년부터 이번까지 9번째 메리츠금융의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며 ”실적 기대감과 일평균 50억 수준의 자사주 매입 수급을 고려할 때 굳이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바라봤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조 전 회장 위로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있다.
조 회장은 2005년 한진그룹에서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의 전신인 한진투자증권과 동양화재해상보험을 분사해 메리츠금융을 출범했다.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 메리츠금융지주는 코스피 시가총액 14위에 올랐고 한진그룹에서 가장 시총 높은 대한항공은 50위 권에 머물고 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