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 한미동맹과 조선산업·K-방산의 비전' 현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발언을 내놔 정치권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우클릭’ 행보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이에 반박한 것인데 향후 펼쳐질 수 있는 조기대선 국면에서 큰 그림을 내놓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민주당이 중도보수라고 한 발언의 의미를 묻자 “우리는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라며 “진보 정당은 정의당과 민주노동당 이런 쪽이 맡고 있는데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18일 오후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브 방송 ‘새날’에 출연해 민주당이 중도보수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며 진보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성장을 강조한 자신의 행보는 '우클릭'이 아니라 본래 민주당 색채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우클릭을 하지 않았고 원래 우리 자리에 있다”며 “민주당은 경제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언제 분배만을 위해 노력했나”고 반문했다.
먼저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라 주장한 배경에는 중도층을 공략해 향후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과 선을 긋지 못하면서 지지할 곳을 잃은 합리적 중도층이나 약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보수층 내부에서도 계엄에 대한 태도와 탄핵 찬반 여부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여당에서는 탄핵을 앞두고 선거가 다가올 수도 있는 상황인데 입장을 분명히 정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반해 야당은 중도층을 타깃으로 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표방함에 따라 '18억 원 아파트 상속세 면제' 등 그동안의 우클릭 행보는 일회성이 아니라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도층이나 보수층을 향한 정책이 계속 추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19일 서울 마포구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서 열린 ‘트럼프시대 : 한미동맹과 K-방산, 조선 산업의 비전’ 토론회에 참석해 방산·조선 기업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주 이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는 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으로 전해졌는데 중도층을 겨냥한 '회복과 성장' 관련 정책을 다룰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중도보수론이 진보적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데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0.7% 차이로 패배한 만큼 진보적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중도보수론을 두고 “민주당은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온 우리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민주당 ‘중도보수론’이 조기대선 국면이 펼쳐진다면 다른 진보성향의 야당들과의 연대에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야5당 대표들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내란 종식 민주 헌정 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출범식에서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선언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일단 진보진영에서 심상정 전 정의당 의원 같은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 여기에 ‘내란 종식’이라는 공동의 최우선 과제를 안고 있어 민주당과 연대하지 않을 수도 없다. 실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5당 대표는 이날 원탁회의를 출범시켜 ‘내란종식’ ‘민주헌정 수호’라는 공통적 과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야5당 원탁회의에 참여한 야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이 대표가 한 번 발언한 ‘중도보수’가 민주당과의 논의에 별다른 장애물이 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정책별로, 사안별로 개혁과제들을 이 대표의 민주당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도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이 대표가 민주당이 중도보수 영역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것은 진보적 야당들에게 진보 영역을 확실히 내준 셈이라 다른 야당들도 좋아할 것”이라며 “‘민주주의’와 ‘헌법수호’라는 가치를 기본적으로 깔고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관계없이 국민들의 삶을 개선시킬 정책이면 활용하겠다는 ‘실용주의’ 노선도 명확히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결국 이 대표의 이번 중도보수론은 향후 조기대선에서 진보진영을 묶어둔 채로 중도층과 보수층까지 지지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큰 전략의 표현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선을 긋지 못하면서 극우화 경향을 보이는 상황에서 중도보수층이 '무주공산'이 되고 있다는 점도 이 대표에게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특히 국민의힘은 극우적인 성향까지 보여 상대적으로 (민주당이) 진보적이라 평가되는데 사실 민주당의 스탠스는 중도보수, 합리적 보수라고 할 만하다”며 “(이 대표의 중도보수론은) 합리적인 진보, 또 합리적인 중도보수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정도의 넓은 틈을 가져야된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