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반도체 기업 SMIC의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지만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MIC 반도체 공장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1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SMIC의 지난해 순이익이 급감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SMIC가 중국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성장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중국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노력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그동안 SMIC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
SMIC는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를 제조해 공급할 수 있는 중국 내 유일한 기업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기술 규제를 극복하고 7나노 공정 상용화에 성공하며 화웨이 고사양 스마트폰 프로세서 및 인공지능 반도체 양산에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실적에는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SMIC가 발표한 2024년 매출은 80억 달러(약 11조6천억 원)로 2023년과 비교해 27% 안팎 늘었다. 반면 순이익은 4억9270만 달러(약 7163억 원)로 같은 기간에 45% 이상 줄었다.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오래된 공정과 비교해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기술로 꼽힌다. 반면 SMIC는 오히려 7나노 생산을 늘릴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 규제 영향으로 고사양 반도체 장비를 활용하는 대신 구형 장비로 미세공정 기술을 구현하다 보니 생산 수율이 낮고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SMIC의 지난해 실적은 중국에 고사양 반도체 기술 수출을 규제한 미국 정부의 압박에 따른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SMIC는 중국 정부에서 가장 큰 지원을 받는 기업들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만큼 수익성 부진에 따른 타격을 어느 정도 만회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은 인공지능 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경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유일하게 이를 제조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SMIC를 더 중요하게 여길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투자은행 DBS는 “SMIC는 미국 규제에 맞서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노력에 최대 수혜기업”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등 고사양 제품 수요가 모두 SMIC에만 집중되며 외형 성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DBS는 특히 SMIC가 중국 딥시크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능력도 갖추고 있어 꾸준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딥시크는 중국산 반도체를 주로 활용해 개발된 인공지능 모델인데 미국 빅테크 기업의 기술과 맞먹는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며 최근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 정부가 이를 계기로 인공지능 및 관련 산업에 지원을 확대하고 성장을 주도하며 SMIC에 더 큰 수혜가 돌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다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중국을 겨냥한 기술 규제가 강화돼 SMIC도 더 큰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