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의 다양한 이색 시도가 실적 반등의 열쇠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가 지난해 7월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롯데그룹 하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홈쇼핑이 롯데쇼핑에서 제 역할을 하는 자회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2023년만 해도 덩치에 걸맞지 않는 영업이익을 내며 체면을 구겼지만 지난해 반등하며 롯데그룹 내의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이사가 ‘남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 시도’에 도전했던 것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롯데홈쇼핑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롯데쇼핑의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이 뛰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매출 9249억 원, 영업이이 498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1.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03.4% 늘었다. 통상임금 기준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례 변경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은 508억 원이 된다.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거둔 성과는 2023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롯데홈쇼핑은 2023년 영업이익 83억 원을 냈다. 이는 2022년보다 89.4% 감소한 것으로 2020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 1252억 원과 비교하면 1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100원을 벌면 60~70원을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내야 하는 이른바 ‘송출수수료’ 논란, TV로 상품을 구매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데 따른 영업환경 악화 등 홈쇼핑업계를 둘러싼 상황이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롯데홈쇼핑이 실적을 단기간에 반등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많았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홈쇼핑업계에 닥친 불황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김재겸 대표는 본인이 회사를 이끈 지 햇수로 3년차였던 지난해 보란 듯이 바닥을 찍고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롯데홈쇼핑이 롯데쇼핑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10.5%다. 2023년에 기록했던 1.6%와 비교해 무려 9%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연매출 1조 원짜리 회사에 걸맞은 위상을 회복했다는 평가이다.
롯데홈쇼핑이 낸 영업이익은 롯데쇼핑의 주요 사업부인 국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 468억 원보다도 많다.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지난해 국내에서 합산 매출 5조3756억 원을 벌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보다 매출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롯데홈쇼핑의 이익 창출력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롯데홈쇼핑은 2023년 4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대대적 쇄신을 꾀했지만 롯데홈쇼핑 수장인 김재겸 대표를 교체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성과를 인정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김재겸 대표가 홈쇼핑업계에서 보기 드문 시도에 도전하는 것이 회사의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홈쇼핑이 내세우는 대표 무기 가운데 하나는 ‘현장 생중계’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2월부터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매월 2회 이상 현장 라이브방송을 열고 있다. 패션과 뷰티 등 인기 상품을 고정적으로 판매하는데 이 방송은 회당 평균 주문 금액이 일반 방송보다 4배 높다.
업계 최초의 이색적인 시도도 있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월 아쿠아리움 티켓 판매를 위해 쇼호스트가 직접 수조 속으로 들어가 진행하는 수중 생방송도 진행했다. 팝업 현장에서 생중계한 것도 고객 관심을 끌어 모았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초 팝업 현장에서 생중계를 진행해 속초 명물 먹거리고 꼽히는 ‘만석닭강정’을 10분 만에 500세트 완판했다.
해외에서도 현장 생중계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1월부터 이탈리아 현지에서 진행하는 라이브방송 ‘잇태리 잇템’을 선보이고 있다. 현지 국민 바디케어 브랜드와 최상급 올리브 오일, 180년 전통 초콜릿 브랜드 등을 선보이는 이 방송은 누적 조회수 20만 회를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은 해외 현지 생방송을 향한 고객의 호응이 좋다고 판단해 2월부터 ‘잇태리 잇템’ 편성을 주 1회에서 3회로 확대한다. 6일에도 이탈리아 현지 카페에서 이탈리아 프리미엄 커피 원두인 카페로엔을 판매하는 생방송을 진행했다.
▲ 롯데홈쇼핑은 1월부터 이탈리아 현지 라이브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송을 열고 있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최근부터 주 3회로 편성을 늘렸다. <롯데홈쇼핑> |
롯데홈쇼핑은 해외 현지 라이브방송을 이탈리아뿐 아니라 프랑스 등 다양한 국가로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워놓은 상태다.
롯데홈쇼핑의 숏폼 서비스 ‘숏핑’도 고객몰이에 기여하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다.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6월 도입한 숏핑은 론칭 7개월 만에 조회수 300만 회를 넘었다. 숏핑은 회당 길이가 60분 분량인 TV홈쇼핑 방송이나 히트 상품 방송을 30초 분량으로 압축한 콘텐츠를 말한다.
숏핑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수도 서비스를 도입했던 첫 달보다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숏핑은 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짧은 길이의 콘텐츠를 쇼핑과 접목한 것이다. TV를 보지 않는 고객을 노린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데 짧은 시간에 상품의 핵심만 골라 보는 것을 선호하는 고객층에게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숏핑을 도입한 뒤 고객들의 앱 체류시간은 기존보다 2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김 대표는 홈쇼핑 이외의 분야로도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1월 중순 모바일게임 ‘벨리곰 매치랜드’를 한국에 출시했다. 벨리곰은 롯데홈쇼핑이 사내 공모를 통해 만든 자체 캐릭터인데 이와 관련한 모바일게임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통업계를 통틀어 봐도 자체 캐릭터를 활용해 게임을 낸 회사는 롯데홈쇼핑이 유일하다.
롯데홈쇼핑은 수년 전부터 벨리곰을 활용한 굿즈 판매 등의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최근 3년 동안 이와 관련해 거둔 매출만 200억 원이 넘는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