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태블릿PC 시장에서 이름도 없는 중국산 제품의 공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또 태블릿PC 시장도 정체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은 태블릿PC를 성장동력으로 꼽고 1위를 차지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는데 체면을 구기게 됐다.
◆ 삼성전자 태블릿PC 점유율 애플과 격차 더 벌어져
20일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전 세계 태블릿PC 시장현황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태블릿PC 점유율은 15.3%로 1분기보다 7.3%포인트나 하락했다. 애플과 점유율 격차도 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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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부문 사장 |
반면 중국산 태블릿PC를 일컫는 화이트박스는 애플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33%로 1위에 올랐다. 화이트박스 태블릿PC는 브랜드가 없는 중국산 저가 태블릿을 말한다. 화이트박스 태블릿PC의 2분기 점유율은 1분기보다 7.3%포인트나 높아졌다.
신종균 사장은 올해 초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올해 태블릿PC 사업에서 성장률 20%를 상회할 것”이라며 “내년에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올해 12.2인치 대화면 태블릿PC를 선보이는 등 프리미엄 태블릿CP 라인을 강화해 시장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신 사장의 야심찬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이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보다 휴대성이 떨어지고 노트북PC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태블릿PC는 사용 빈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고가의 제품보다 기본적 기능을 갖춘 저가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중국 화이트박스 태블릿PC의 약진을 봐도 태블릿PC 수요가 저가형으로 쏠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이트박스 태블릿PC는 10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애플과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태블릿PC의 5분의1도 안되는 가격이다. 심지어 50달러 미만 화이트박스 태블릿PC도 팔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IT모바일 부문에 태블릿그룹을 신설했다. 태블릿사업을 강화해 스마트폰부진으로 악화한 IT모바일 부문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신 사장이 성장률 20%까지 내다봤던 태블릿PC 시장은 최근 정체세가 완연하다. 태블릿PC에 힘을 쏟고 있는 삼성전자의 판단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어나는 대목이다.
◆ "태블릿PC 시장 추락중"
올해 2분기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은 1분기 대비해 1.5% 감소했으며 지난해 4분기보다 37%나 줄어들었다.
미국 전자제품 유통회사 베스트바이의 허버트 졸리 CEO는 “급속히 커진 태블릿PC 시장이 추락중”이라고 지적했다. 졸리 CEO는 태블릿PC 시장이 포화됐다며 “태블릿PC를 한 번 사면 더 좋은 제품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태블릿PC 생산량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태블릿PC 패널 출하량도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나 감소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태블릿PC 패널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런 감소세를 반영해 올해 출하량 전망을 하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블릿PC가 PC와 스마트폰보다 사용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다. 태블릿PC가 정체에 들어선 반면 노트북과 미니PC 등 PC 시장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5인치 이상 대화면 스마트폰인 패블릿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애플도 대화면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깨고 조만간 판매를 시작할 아이폰6에서 5.5인치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전문가는 “애플이 가세한 이상 패블릿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가격과 성능에 큰 이점이 없는 태블릿PC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