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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을 되찾는 데 가격이라는 걸림돌을 만났다.
금호고속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가 금호고속의 몸값을 한껏 올리려고 해 인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금호고속 노사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복귀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지만 박 회장은 인수가격을 낮출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 깊다.
◆ 금호고속 노사, 금호아시아나그룹 복귀 희망 한목소리
금호고속 노사는 19일 공동성명을 내 “금호고속은 사모펀드의 먹튀 행위를 용납할 수 없으며 반드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호고속 노사는 사모펀드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가 금호고속 재매각을 위해 제시했다고 알려진 6천억 원이라는 금액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금액은 초기 인수가격의 6배나 된다는 것이다.
금호고속 노사는 “사모펀드가 금호고속 인수를 위해 실질적으로 쓴 돈은 910억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는 금호고속을 3310억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이 금액에서 금호고속에 떠넘긴 차입금 2200억 원과 인수 직후 실시한 배당금 200억 원을 빼면 실제 인수 가격은 91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6천억 원이나 되는 가격을 제시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금호고속 노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복귀하지 못할 경우 금호라는 브랜드를 쓰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재무적 투자자나 제3자에게 매각하려 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고속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인수가격이 높다며 사모펀드를 압박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3일 ‘금호고속 M&A, 금호아시아나 아닌 제3자 인수시 걸림돌 산재’라는 자료를 내고 “본격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고속 매각가가 실제가치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기업이자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며 “다른 곳으로 매각될 경우 임직원들과 호남 지역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사모펀드를 압박했다.
◆ 박삼구, 인수가격 더 높아질까 전전긍긍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는 매각주간사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를 선정하고 매각작업을 벌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잠재적 인수후보들에게 투자유인서(TL)를 보냈다. 그 뒤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 10여 곳에 투자안내서(IM)를 발송했다.
업계 인사들은 많은 업체들이 투자안내서를 요청한 만큼 금호고속 인수전이 흥행할 것으로 본다. 투자안내서는 투자유인서보다 구체적인 기업정보와 매각일정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투자안내서를 요구했다는 것은 곧 인수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선 인수전 흥행이 매우 부담스럽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지만 다른 후보자들보다 먼저 가격을 정할 수 없는 ‘반쪽짜리’인 탓이다.
이번 매각은 일단 경쟁입찰을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 뒤 인수가격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격이 정해지면 이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전달하는데 만약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가격을 내지 못하면 금호고속은 우선협상대상자에게 넘어간다.
결국 인수전의 칼자루는 사모펀드가 쥐고 있는 셈이다. 사모펀드는 금호고속이 매년 300억 원 정도의 순이익을 내고 있는 알짜매물인 만큼 최대한 비싸게 팔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일부에서 매각가격이 7천억 원을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약 5천억 원 정도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돈은 지난해 금호터미널 부지를 신세계에 장기임대해 마련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인수가격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경우 대출을 받거나 다른 사모펀드를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통해 추가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금호산업 등 주요 계열사가 아직 워크아웃 상태인 만큼 인수전에 무리하게 뛰어들기 어려워 가격이 낮아지기만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