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10년 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유료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조만간 0.15%의 수수료를 받는 애플페이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도 신용카드사에 삼성페이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에서 0.15% 수수료를 받는다면 1년에 1천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카드사 반발이나 사용자 이탈 가능성 등이 문제로 떠오른다.
31일 카드 업계와 삼성전자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카드에 이어 금융지주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눈앞에 두면서,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운영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3월 현대카드와 제휴를 맺고 국내 상륙한 애플페이는 이르면 2월부터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가입자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년 전 애플페이를 선제적으로 국내 서비스한 현대카드가 효과를 입증하자, 경쟁사들도 뒤늦게 애플페이 적용에 나선 것이다.
애플은 현재 제휴를 맺은 현대카드와 비슷하게 애플페이 이용 대가로 건당 0.15%의 수수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신용카드사들의 삼성페이 계약은 올해 8월 만료된다.
2015년 처음 삼성페이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10년 동안 카드사로부터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않았다. 당장 수수료를 받는 것보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가입자를 최대한 확보, 이를 스마트폰 ‘갤럭시’ 구매 요인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삼성페이 무료를 유지함으로써 한국에서 애플페이 확산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 현대카드에 이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도 이르면 2025년 2월 애플페이를 서비스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하지만 많은 국내 카드사들이 차례로 애플페이를 도입한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삼성페이의 수수료를 받지 않을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점유율은 약 50%에 달한다. 2023년 삼성페이 결제액은 73조179억 원으로 2022년보다 약 20% 증가했다.
스마트폰만 갖다 대면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와 확실히 차별화 장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전자도 애플처럼 삼성페이에서 0.15%의 수수료를 받는다면, 2023년 기준으로 1년에 약 1095억 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의 하루 결제 규모가 약 2천억 원에 이르는 만큼, 유료화가 이뤄지면 상당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게다가 안정적 수익모델인 만큼, 구독 서비스 확대를 통해 실적 변동성을 줄이려는 최근 삼성전자 전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페이를 유료화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도 거론된다.
우선 카드사들의 반발 가능성이 크다.
국내 카드사들은 최근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비용을 줄이고 카드론 등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플페이 도입도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인 만큼, 삼성페이 수수료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화에 따른 사용자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삼성페이는 소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카드사의 추가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면, 삼성페이 이용률이 감소하고 이는 결국 갤럭시 구매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유료화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급결제 업계 관계자는 “삼성페이 유료화는 전반적으로 소비자에 제공되는 혜택이 줄어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도 이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