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01-22 14:15:13
확대축소
공유하기
▲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3년 6월 개최된 비전선포식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즈니스포스트] 삼양식품이 수익성이 높은 국가를 정조준한 해외 공략으로 식품업계에서 독보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식품업계는 영업이익률이 낮아 대부분의 기업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면 삼양식품은 2023년 영업이익률 10%를 돌파한 데 이어 단 1년 만에 20% 달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불닭볶음면(이하 불닭) 브랜드를 앞세워 비용 대비 매출 효과를 극대화하며 고수익 국가를 공략한 삼양식품의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은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상장기업 분석기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6875억 원, 영업이익 3398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41.5%, 영업이익은 130.4% 늘어나는 것이다.
20%라는 영업이익률은 식품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수치다. 대표적인 경쟁 기업인 농심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5.4%를 기록한 추정되며 CJ제일제당과 풀무원도 각각 5.3%, 2.7%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SPC는 영업이익률이 3.1%에 불과하다.
이러한 흐름은 주가동향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이 선정한 국내 대표 식품업체 13곳 가운데 16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위는 삼양식품이다. 삼양식품의 시가총액은 5조7400억 원으로 CJ제일제당의 1.5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러한 수익성을 거둘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는 해외시장에서의 높은 수익성 구조를 꼽을 수 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해외 시장은 국내보다 판매관리비(판관비)와 비교해 매출 증가 효율이 높다.
실제 삼양식품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2492억 원, 판관비는 2902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4.2%, 판관비는 64.0% 증가했다.
수치만 보면 판관비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판관비에서 수출제비와 운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7% 수준임을 감안하면 비용 대비 매출 성과는 효율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출제비 및 운반비 증가는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러한 비용 증가에도 수출 확대에 따른 수익성이 훨씬 높아 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제비 및 운반비 외의 마케팅 등의 홍보 비용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해외시장에서의 매출 증대 효과는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고 있다.
▲ 삼양식품을 올해 다양한 '불닭'시리즈를 앞세워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삼양식품>
특히 미국과 유럽 등 고수익 국가에서는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 매출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확대 효과가 매우 크다. 여기에 고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수익성 향상 효과가 더욱 극대화되고 있다.
반면 판관비는 영업이익률 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불닭 브랜드가 단순 제품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도 높은 매출 증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광고나 홍보비를 국내보다 적게 투입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삼양식품이 미국 현지 유통사와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체인과의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점도 업계 영업이익률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 유통 체인을 통해 글로벌 마트 입점이 확대되면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상품 노출과 판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삼양식품은 2022년 미국 진출 이후 2023년부터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주류 채널에 입점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미국 전역의 월마트 입점을 완료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일부 월마트 매장에서 불닭 등 주력 제품이 기존 아시안 제품 섹션에서 메인 제품 섹션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최대 대형마트 체인인 월마트에 입점한 것만으로도 주류 시장에 진입했다는 의미를 지니지만 주력 제품이 아시안 섹션을 넘어 메인 섹션으로 이동한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주요 소비층이 특정 계층을 넘어 인종과 국적을 초월해 전체 소비자로 확대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요 해외시장에서 법인을 운영하며 직접 유통망을 관리한 점도 수익성 강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지 법인은 중간 유통상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하고 직거래 방식으로 운영돼 비용 절감과 공급망 간소화를 가능하게 한다. 현재 삼양식품은 미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서 현지 판매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해외 사업은 수출 물량 생산 위주의 경영 전략과 미국·유럽 등 고마진 국가 수출 비중 증가로 인한 평균판매단가 상승으로 음식료 업종 내에서 실적 성장에 대한 가시성이 가장 높다”라며 “글로벌 라면 기업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과 가파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반기 밀양2공장 가동 효과로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률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양식품은 현재 원주, 익산, 밀양 등 3개의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밀양공장은 수출 제품 생산을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 밀양 제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국내 연간 면류 생산 능력은 기존 18억 개에서 24억 개로 확대된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2025년부터 전략 국가를 미국과 유럽으로 전환하면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판매량 증가가 동반될 것”이라며 “영업이익률은 밀양2공장 가동에 따른 제반 비용이 집행되는 상반기까지는 개선이 제한적이겠지만 가동 효과가 나타나는 3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으로 해외 현지 법인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올해 밀양2공장을 완공하고 2027년에 중국에 생산공장을 건립해 해외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