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경기만 보면 금리 인하가 맞지만 환율이 너무 높아 동결을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애초 시장은 심상치 않은 국내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 10월 금통위에서 시작된 금리 인하 흐름이 이날도 이어질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경기 부양’보다 ‘금융 안정’에 통화정책의 무게를 실어야 할 만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국내 정치적 혼란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는 점에 대해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환율이 1400원에서 1470원 수준까지 올랐는데 그 가운데 50원 가량이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영향이고 20원이 정치적 이유”라며 “외환당국의 안정화 정책에 따른 하락 효과 등을 고려할 때 계엄에 따른 환율 상승분은 30원 정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는 문구가 새롭게 등장하며 금융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혔다.
이 총재는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든지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상황을 조금 더 보고 확신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사실상 인화와 같은 동결’이었다는 평이 나올 만큼 이날 금통위 분위기는 ‘완화적’이었다.
이 총재는 비록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했으나 금리를 점진적으로 내리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연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금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벌써 2번 인하를 했고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선제 전망)에서도 인하 전망을 얘기했듯 이 사이클은 지속될 것이다”며 “그 시기를 지금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경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소비나 내수, 건설, 경기 등이 저희가 예상하는 것보다 많이 떨어지고 있다” 등 경기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금리 전망 의견을 밝히지 않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가 3개월 안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낸 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말 마지막 금통위만 하더라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했던 금통위원은 3명에 불과했는데 한 달 반 사이 2배로 늘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한목소리로 다음 2월 금통위부터 다시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으로 바라봤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금리 인하 횟수는 최소 3회 정도로 연말 2.25%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은 불가피한 휴식시간으로 볼 수 있다”며 “2월 인하를 다시 시작해 연내 3회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