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1-16 14:5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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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된 뒤 절차상 문제를 앞세워 '법정 투쟁'을 시작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거부하고 체포영장 적부심까지 신청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변론 연기 신청이 곧바로 기각되는 등 벌써부터 '참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정치권과 법조계의 말을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공수처의 조사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응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10시간 넘게 진행됐던 1차 조사에서 이름과 직업을 묻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으며 진술거부권(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 시한이 48시간에 불과한 데도 이튿날 조사까지 거부한 것이다.
이에 더해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무효인 영장으로 자신을 체포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즉시 배당해 심사 절차를 시작했고, 그 동안 공수처 수사는 중단됐다.
전날 체포영장 집행 이전에는 경호처와 국민의힘 의원 등을 동원한 '체포 불응'에 전력을 다하더니, 이제는 법정 투쟁을 새롭게 시작한 셈이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무관한, 법 절차상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체포적부심사 청구는 공수처가 내란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기존의 주장에 터잡고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던 서울서부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공수처 2차 조사에서 불응했다. 또한 전날 이뤄진 공수처 1차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공수처 수사가 위법'이라는 본인의 주장에 따른 행동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묵비권은 형사사건 피의자의 합법적 권리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활용해 이를테면 준법 투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법적 저항'이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무척 낮아 보인다.
우선 헌법재판소는 이날 윤 대통령 쪽의 변론기일 변경 신청을 기각했다. 윤 대통령 쪽은 전날 체포 등을 이유로 연기를 신청했으나, 헌재는 하루 만에 이를 기각하고 이날 예정된 2차 변론기일을 그대로 진행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14일 1차 변론기일에 앞서 윤 대통령 쪽이 제기한 정계선 헌법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과 변론기일 일괄 지정 이의신청도 수용하지 않았다.
여기에 서울중앙지법이 진행하고 있는 체포적부심사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
체포적부심사는 법원이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체포의 적법성과 체포의 계속 필요성 여부를 가리는 심사이다.
법관이 기존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유가 있을 터인데 다른 법관이 이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구속영장과 달리 체포영장은 48시간으로 시한이 정해져 있어 실익도 별로 없다.
김광삼 변호사는 16일 YTN 뉴스나우에서 “(체포적부심사가) 법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데 아마 선례가 전혀 없을 것”이라며 “서부지법이든, 중앙지법이든 독립된 기관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다시 심사한다는 부분이 애매해 중앙지법이 각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1차 법정 투쟁'은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절정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18일 또는 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법조계는 바라본다.
원래 체포 시간이 끝나는 17일 오전 10시33분을 전후해 이루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사 청구로 늦춰졌다. 법원이 체포적부심 판단을 위해 수사기관으로부터 서류 등을 접수한 때부터 체포 유지 여부를 결정해 반환할 때까지의 시간은 체포 시한에 산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윤 대통령 체포적부심사 심문 일정을 16일 오후 5시로 잡았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윤 대통령의 법정 투쟁이 되레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일관된 진술거부권(묵비권) 행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피의자의 묵비권 행사는 방어권으로서 의미가 있지만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정황과 증거가 명확한 만큼 오히려 정당성을 결여됐다는 의심을 키울 수 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윤 대통령 쪽의 법률적 대응을 두고 “묵비권 행사 자체가 증거 인멸 가능성이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라며 “비상계엄의 법리적인 타당성을 단 한마디라도 할 수 있었다면 말했을 것인데 하지 못한 자체가 범죄를 사실상 시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김경진 전 국민의힘 의원도 YTN라디오 정면승부에서 “지금까지 내란죄와 관련해 영장이 청구됐던 군 고위 장성이나 경찰 공무원 중 단 한 명도 기각된 사람이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면 오히려 불구속되는 경우들이 좀 있지만 (묵비권 행사가) 그렇게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인 16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맨 왼쪽) 및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 대통령의 이런 법적 저항이 헌법재판소 심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 대통령으로서 법률과 헌법을 지켜야할 뜻이 부족하다고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정국 당시 두 차례 담화를 통해 국정농단 사건을 사과하고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결정문에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이러한 언행을 보면 피청구인의 헌법 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