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1-16 14:31:38
확대축소
공유하기
▲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부회장의 실적 부담이 올해 한층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롯데제과 대표이사 사장을 맡던 2022년 7월5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롯데제과 및 롯데푸드 통합법인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롯데웰푸드>
[비즈니스포스트]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부회장의 부담이 올해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 계열사의 올해 실적이 내수 부진 탓에 시장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영구 부회장이 올해 글로벌 사업에서 획기적으로 진전된 성과를 내놓아야 계속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증권가 의견을 살펴보면 롯데그룹의 주요 식품 계열사인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를 향한 전망에 다소 부정적 기류가 보인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외 외형 성장 둔화와 원가 부담 장기화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롯데웰푸드의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며 실적 전망치를 기존보다 내렸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날 롯데칠성음료 목표주가를 낮추면서 “내수 소비 둔화가 지속되고 제로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음료 매출 성장률 둔화가 아쉬운 상황”이라며 “내수 회복 시점이 지연되고 있어 실적 추정치를 하향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214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기존 전망치인 2310억 원보다 7.4% 낮아진 수치다.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2330억 원 역시 기존보다 11.9% 하향조정됐다.
수익성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온 셈이다.
두 회사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시장 눈높이에 미흡하는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4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9772억 원, 영업이익 184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 4분기보다 매출은 0.2%, 영업이익은 37% 줄어드는 것인데 컨센서스(시장 전망치)와 비교하면 영업이익 눈높이가 27.8%나 낮아진 것이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해 4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9472억 원, 영업이익 246억 원을 내면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식품 계열사의 호실적 덕분에 롯데그룹의 인사 칼바람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던 이영구 부회장을 둘러싸고 부정적 상황이 조성되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 식품군HQ 총괄대표 겸 롯데웰푸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애초 3월까지가 정해진 임기였지만 지난해 말 인사에서 유임되며 임기를 한 차례 더 연장했다.
이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는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는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았다. 2023년 말 인사뿐 아니라 2024년 말 실시된 인사에서도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대부분 유임됐는데 이는 전적으로 식품 계열사들이 호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2023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공로를 인정받았다. 롯데그룹 식품군HQ에서 부회장이 탄생한 것은 식품군HQ의 전신인 식품BU체제까지 포함해 5년 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내수 부진에 따라 괜찮은 성적표를 받기 힘든 상황에 몰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의 실적에 따라 이영구 부회장의 진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내의 경우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에서 해외에서 뚜렷한 실적 개선이 있지 않으면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 카자흐스탄 등 해외사업에서 뚜렷한 족적을 보여야 한다”라며 “인도 푸네지역 빙과 신공장은 올해 1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건과도 하리아나 공장 내 유휴공간을 빼빼로 자동화 생산라인으로 구축하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물론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가 역성장을 하지는 않는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2140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추정치보다 9.7% 늘어나는 수치다.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16.5% 증가하는 것이다.
▲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는 이미 사업의 무게중심을 해외로 옮기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웰푸드가 인도에서 운영하는 공장 모습. <롯데웰푸드>
하지만 수익성을 확보하기 녹록치 않은 상황 탓에 영업이익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과 소비경기 침체는 내수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짜놓은 국내 식음료기업이 모두 겪는 위기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개인기로만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의 실적 확대에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해답은 해외사업 확대에 달려 있다.
조상훈 연구원은 롯데웰푸드를 놓고 “결국은 해외 외형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밸류에이션(적정가치 배수)은 매력적이지만 해외 외형 성장이 중장기 밸류에이션의 레벨을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분위기라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롯데웰푸드는 회사의 해외사업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최대 매출처로 자리잡은 인도법인을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4년 안에 해외에서만 매출을 1조 원 규모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정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