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가 2024년 10월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 유세장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 입지를 앞세워 정책 방향 및 예산 등에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곳저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국 교통부 장관 임명자가 테슬라 차량 안전 관련 조사 의지를 보인 데다 머스크가 트럼프 소속당인 공화당 지지층과 대치하는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머스크의 입지가 흔들릴 공산이 커지고 있다.
션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 지명자는 15일(현지시각) 열린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테슬라 차량 안전 조사를 계속겠다고 답변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전했다.
테슬라는 미국 교통부 산하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주행보조 서비스 FSD(Full Self-Driving)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 당국은 FSD 기능이 탑재된 미국 내 테슬라 차량 240만 대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조사에 돌입했는데 정권이 교체돼도 이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더피 장관 지명자는 지금까지 내연기관차에만 부과하던 도로 보수용 세금을 전기차에도 책정하겠다고 언급했다.
결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미국 사업에서 차량 안전 조사 및 세금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 셈이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더피 임명자의 발언은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정권 교체기에 전례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가운데 나왔다”라고 짚었다.
물론 더피 장관 지명자의 발언은 특정 기업에만 혜택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머스크가 트럼프의 다른 측근 및 공화당 지지층과 일부 정책에 이견을 보여 머스크의 차기 정부 영향력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기 시작했다.
▲ 션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 지명자가 15일 워싱턴D.C. 러셀 청사에서 열린 상원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셸리 무어 카피토 공화당 상원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일론 머스크는 반이민 강경파인 미국 공화당 지지층과 기술직 취업비자인 H-1B를 둘러싸고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전문직 외국인에게 제공하는 H-1B 비자를 옹호하는 편에 섰다. 반대로 공화당 강성 지지층은 미국인 취업을 늘려야 한다며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갈등의 골은 깊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으로 꼽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까지 나서 “일론 머스크를 대통령 취임식 전에 쫓아내야 한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미국 상하원 과반을 점한 공화당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이 지지 세력 여론을 반영해 일론 머스크 견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소속 가브리엘 클라크 정치학 조교수는 더컨버세이션을 통해 “취업비자 프로그램을 둘러싼 공화당 진영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미국 대선 및 총선에서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에 거액의 정치 자금을 지원하고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해 선거 승리에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이에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에 오를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구축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및 X(옛 트위터) 등 머스크 기업에 정부 수주 사업이 몰리거나 안전 조사가 소극적으로 종료될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였다.
그러나 트럼프 차기 정부 새 인물이 원칙적 태도를 보인 데다 정치권과 갈등도 진화되지 않아 머스크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및 제프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설립자 등 빅테크 거물급 인사가 트럼프에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서고 있어 일론 머스크 입지가 더 위축될 수 있다.
블루오리진과 메타가 각각 우주 및 소셜미디어(SNS) 시장에서 스페이스X 및 X와 경쟁해 이들 기업 입김이 커질수록 머스크로서는 부담이 불가피하다.
베이조스와 저커버그 모두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100만 달러 기부금을 쾌척한 뒤 1월20일 열릴 대통령 취임식에도 직접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 달리 행정부 정책과 정치권 견제 및 경쟁 빅테크 부상으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베이조스와 저커버그 또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신임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