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가 전통적 노동집약적 조선 사업 구조를 벗고, 로봇 자동화 시스템 등을 동원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3200억 원을 투자해 ‘미래 첨단 조선소(FOS)’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김 대표는 2026년 예정된 프로젝트 2단계 완료에 맞춰 투자와 건설 속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가 미래 첨단 조선소 2단계 프로젝트 투자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HD현대 > |
14일 HD한국조선해양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조선업 분야에서 많은 인력을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조선소에 적용하는 장기 투자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열린 HD한국조선해양 2025년도 경영진 간담회에서 HD현대그룹 조선사 경영진은 국내 조선소의 물리적 증설에 보수적 입장을 보였으며, 로봇과 자동화 투자로 기존 조선소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란 방침을 밝혔다.
최근 세계 조선 업계의 트렌드인 ‘스마트 조선소’로 전환을 서둘러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스마트 조선소란 운영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전환’, '설비·작업 환경 자동화’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높은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의사결정 체계로 경영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발표한 미래 첨단 조선소(FOS) 프로젝트를 통해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2030년 생산성 30% 향상, 공사기간 30% 단축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프로젝트 출범 당시 HD한국조선해양에서 미래기술연구원장을 맡으며 친환경 선박, 스마트 조선소, 자율운항 등의 기술연구를 총괄한 인물이 바로 김 대표다.
프로젝트는 △1단계(2023년 12월 완료) ‘눈에 보이는 조선소’ △2단계(2026년 예정) ‘연결-예측 최적화 조선소’ △3단계(2030년 예정)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 등으로 나눠 추진된다.
1단계는 현장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제어함으로써 경영진의 주요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회사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 현실에 가까운 가상 조선소인 ‘트윈포스’를 구현하면서 2023년 12월 1단계 프로젝트를 마쳤다.
2단계는 모든 자원을 최적화하는 조선소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이 핵심이다. 플랫폼이 선박 건조 과정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전송하면, 인공지능이 학습·분석해 인력·자재·제품·설비 등에서 최적화한 의사 결정을 도출하는 것이다.
현재 회사는 FOS의 핵심이 되는 설계·생산 통합 플랫폼을 2028년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여러 솔루션 기업들과 2025년 말까지 각각 플랫폼 초기 개발을 진행한 뒤, 가장 적합한 1곳을 선정해 2026년부터 상세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3단계는 자동화 설비와 로봇 등을 통해 현장 생산성을 배가하고, AI를 활용한 자율제어 조선소를 실제 구현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가 이처럼 스마트 조선소 건설에 서두르는 것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 젊은 층의 생산현장 기피 등 사회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1970년 생으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기술 전문가다.
그는 2016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한국조선해양) 중앙기술원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곧바로 기획팀장 전무로 이동했다.
조선사업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현 HD한국조선해양)이 2019년 출범하자 한국조선해양 경영기획실 기획·시너지부문장, 미래기술연구원장, 유럽연구센터법인장 등을 거친 뒤 2023년 11월 각자대표이사로 내정됐다.
▲ 정기선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두번째),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장(오른쪽 세번째)가 2023년 1월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국의 선급 ABS와 업무협약을 맺고 ABS 관계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HD현대 > |
그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2011~2013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근무할 당시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였던 김 대표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HD현대그룹에 합류한 것도 정 부회장의 강력한 영입의지가 작용했다는 게 재계 후문이다.
그룹에 합류한 뒤 기획실 부실장이었던 정 부회장과 2019년 한국조선해양 출범 때까지 함께했다. 정 부회장이 2021년 10월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 오른 뒤에도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