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과감한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은 연말인사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 나이의 오너일가 인물이 다수 승진하거나 역할을 강화하며 능력을 증명할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경제 저성장과 정치적 불안, 산업 정책 변화로 기업 경영이 쉽지 않은 환경을 맞았으나 이들에게는 후계자로 경험을 쌓고 성과를 거둘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높이가 이전과 달라진 만큼 오너일가라는 이유로 당연히 경영을 승계하는 시대는 끝을 맺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확실한 역량을 보여주고 전문경영인과 차별화된 ‘준비된 후계자’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야만 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주요 기업의 차세대 오너일가 경영자가 2025년에 맞이한 과제와 역할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부전자전’ 롯데그룹 신유열, ‘글로벌’과 ‘신사업’으로 3세시대 연다
②KG그룹 2세 곽정현, KGM서 경영능력 증명 기회 노려
③GS건설 허윤홍, 오너경영 안정화 새 판 짜는 건설업계 불황 터널 뚫는다
④‘합격점’ 받은 셀트리온 2세 서진석 , 신약개발로 후계자 입지 더 넓힌다
⑤SK네트웍스 최성환, AI 컴퍼니 탈바꿈으로 ‘제2의 도약’ 노린다
⑥초고속 승진하는 오리온 담서원, 10여년 만의 오너경영체제 복귀 시동 건다
⑦한화생명 경영수업 10년, 오너3세 김동원 해외사업 성과 입증 총력
⑧경영 전면 나서는 호반그룹 김대헌, 성장 동력 확보 추진으로 신사업 행보 강화
⑨‘사촌경영’ LS그룹 3세대 부상, 2030년 ‘3세 시대’ 첫 회장 레이스 스타트
▲ 1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총괄 대표이사(사진)가 셀트리온 신약 개발이 구체화됨에 따라 셀트리온에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총괄 대표이사가 수장에 오른 첫 해 매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며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연구개발(R&D)을 이끌고 있는 서 대표는 올해 셀트리온의 신약 개발 전략이 구체화되면서 후계자로서 입지도 더욱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 대표는 아버지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셀트리온 신약 파이프라인을 직접 공개한다.
올해 행사에서는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파이프라인 등에 대한 구체적 개발 계획도 소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2029년 첫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항체-약물접합체 신약 3종과 다중항체 신약 3종을 개발하고 있다.
서 대표는 2년 연속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면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세계 제약·바이오업계의 최대 투자 행사로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사업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 올해 행사에는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 500여개, 참가자 8천명 이상이 모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서 대표가 직접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전략 등을 발표하면서 후계자로서 입지도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서 대표는 2024년 경영 총괄 대표이사로서 신약 연구개발(R&D)도 이끌고 있다. 더욱이 그는 셀트리온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이전부터 셀트리온의 연구개발을 이끌어왔다.
그는 서울대학교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생명과학부문 석박사 통합 과정을 밟은 뒤 셀트리온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이후 그는 제품개발부문장 수석부사장 등을 거치면서 현재 셀트리온 주력 제품으로 여겨지는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와 트룩시마 등의 개발부터 임상 및 허가 등 전 과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신약 개발이 진척됨에 따라 서 대표의 후계자로서 입지도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 경영에 복귀할 때부터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 회사를 넘어 신약 개발에도 매진해 신약부터 바이오시밀러를 망라하는 종합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서 회장은 2023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셀트리온을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다”며 “신약 개발사로 도약을 준비하며 바이오시밀러와 균형을 맞춰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회사에서 신약 개발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사진은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이사(오른쪽 3번째)가 아버지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함께 2024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발표자로 참석한 모습. <셀트리온>
신약 개발 전문기업으로 전환하면서 2030년 셀트리온 전체 매출에서 신약 비중을 40%까지 끌어 올려 매출을 10조 원까지 내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이미 서 대표가 지난해 대표에 오른 첫 해 연간 매출 목표를 달성한 만큼 경영자로서 능력을 더욱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서 대표는
서정진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해 통합 셀트리온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후계 구도를 굳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서정진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 주식 증여는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영자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셀트리온은 2023년 말 당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하며 통합 셀트리온의 첫 해인 2024년 매출 3조5천억 원을 내겠다고 제시했다.
아직까지 2024년 연간 실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증권가를 중심으로 셀트리온 매출은 이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셀트리온은 2024년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누적 매출 2조4936억 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 매출 1조64억 원을 낸다면 목표치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
금융정보 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4975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항체 명가로서 구축된 역량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신약개발을 차질없이 수행해 청사진을 완성하는 동시에 명실상부한 글로벌 빅파마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