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사업 수주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수주에 집중할 지역 혹은 분야로는 중동과 원전, 그리고 투자개발사업이 꼽힌다.
14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부진에도 올해 목표는 공격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올해 해외건설 수주 500억 달러를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371억 달러다. 목표치인 400억 달러를 달성하지 못했음에도 국토부는 올해 목표치를 지난해 달성치보다 35%가량 높여 잡은 것이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목표치 달성에 성공한다면 2014년 이후 11년 만에 해외건설 수주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중동에서 건설시장 성장 전망이 밝다는 점은 한국 기업에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25년 세계 건설시장은 6.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중동이 11.8%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계약을 살펴보면 모두 중동에서 발주된 공사들이다.
대표적으로 △삼성E&A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60억 달러에 수주한 파딜리 가스증설 프로그램 패키지1·4 △삼성물산이 카타르에서 28억 달러에 수주한 민자 발전담수플랜트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2억 달러에 수주한 파딜리 가스증설 프로그램 패키지2 등이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은 올해 더욱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이후 해외 기업의 산업시설 유치에 힘쓴 데 따라 한동안 한국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의 주무대가 미국이 되면서 한때 중동의 비중이 줄어들기도 했다.
한국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의 지역별 현황을 보면 2023년에는 중동이 34.3%, 북미·태평양이 31.0%였으나 2024년에는 중동 49.8%, 북미·태평양 12.6%로 변화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산업시설 공사 발주가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고려하면 다시 미국의 비중이 커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다시 해외건설 수주에서 중동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올해 중동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의 관광 및 교통 등 인프라 투자, 카타르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 등이 건설사 해외사업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프로젝트 등 초대형 프로젝트들 역시 주목할 사업으로 꼽힌다.
산업별로 보면 원전이 올해 한국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에 힘을 보태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가 올해 수주 목표를 상향 설정한 데는 원전 관련 수주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해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팀코리아’로 참여 중인 24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사업은 3월 중에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 체코 두코바니 1기 원전 모습. <연합뉴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주장이 걸림돌이었으나 최근 한국과 미국 사이에 원전 수출 관련 업무협약에 체결되는 등 긍정적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올해 하반기 불가리아에서 8조 원 규모의 코즐로두이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해외건설 수주에서 투자개발사업의 비중 확대라는 질적 측면에서의 전환도 올해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를 놓고 이전까지 주로 단순 도급의 비중이 높아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단순 도급 사업의 수주전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등과 비교해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역시 공식석상을 통해 “해외건설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발언해 왔다.
지난해에는 GS건설이 브라질에서 오리뇨스 수처리 컨세션사업, 세산 하수재이용 컨세션사업을 수주하는 등 한국 기업의 투자개발사업 실적은 모두 51억7천만 달러를 냈다. 전체 해외건설 수주에서 13.9%를 차지했고 수주 규모는 전년 대비 3.5배 증가했다.
국토부는 한국 기업의 투자개발사업 수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민관합동 협력을 강화하는 등 정책적 지원에 공을 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성과를 놓고 “최근 우리 기업들이 해외건설 분야에서 전통적 건설산업의 틀을 넘어 도시개발, 철도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 중”이라며 “앞으로 우리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 K-도시 및 K-철도, 투자개발사업 등을 통한 해외건설 누적수주 2조 달러 시대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