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5-01-14 11: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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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연초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주춤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새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에 발열 문제가 발생하면서, 미국 대형 기술업체(빅테크)들의 주문이 줄었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도 악재다.
▲ TSMC가 16일 여는 실적발표회 내용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4일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16일로 예정된 TSMC의 실적발표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매출 8685억 대만달러(38조6395억 원)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39% 늘어난 수치다.
증권가는 실적발표회에서 이익률과 함께 앞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칩온웨이퍼서브스트레이트(CoWoS) 용량 확대 규모, 미국 애리조나 공장 진척 상황, 2025년 설비투자 계획 등을 주목하고 있다.
TSMC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애플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첨단산업 성장의 수혜를 누리고 있어 이번 실적발표회에서 나오는 전망에 따라 반도체업종 주가의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어선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TSMC의 선단공정 및 패키징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인 4122억 대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이번 실적 발표회에 중요 사안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연초 견조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TSMC 실적발표회 내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까지 올해 상승률 11.7%를 기록해 같은 기간 코스피 오름폭(3.90%)를 크게 넘어섰다. 다만 9~10일 주당 20만 원을 넘어섰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악재를 만나 다시 20만 원 선을 내려왔다.
삼성전자 주가도 올해 첫 거래일 5만2700원에 장을 열어 10일 장중 5만7700원까지 올랐지만 다시 5만4천 원대로 내려왔다.
이는 기존 범용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 더해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거둔 영향으로 해석됐다.
이에 더해 미국 반도체 규제 소식과 미국 빅테크가 엔비디아의 블랙웰 주문을 줄이거나 연기했다는 소식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일부 동맹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물량을 제한하고 미국기업이 인공지능 칩 수출을 위해 얻어야 하는 라이선스 요구 조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와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를 3단계로 구분해 관리하기로 했다.
한국·일본·영국을 비롯한 18개국 동맹국에는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를 제약없이 판매할 수 있지만 중국·러시아·북한 등 20여 개 우려국은 기술 수출이 통제된다.
대부분 국가가 인공지능 칩 수량을 제한 받는데 더해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엔비디아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엔비디아는 이례적으로 인공지능 반도체와 관련한 수출 통제를 두고 홈페이지를 통해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을 저해 한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연초 반등세를 이어가다 최근 주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 블랙웰의 과열문제로 주문을 연기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각각 100억 달러가 넘는 칩을 주문했다가 이를 취소한 것이다.
TSMC가 이미 호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업체의 실적 전망이 국내 반도체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 현지시각으로 마이크론이 12월18일 시장 추정치를 웃도는 2025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내놓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증가가 범용 D램 수요 부진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자 주가가 떨어졌다.
이런 영향에 2024년 12월19일 삼성전자 주가는 3.28%, SK하이닉스 주가는 4.63% 하락 마감하기도 했다.
한편 증권가는 TSMC의 미래 실적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나증권은 하나구루아이 보고서를 통해 3나노미터와 5나노미터 공정에 대한 수요가 강력하다”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연간 800억 달러(약 117조7600억 원)를 들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한 점도 TSMC에 장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매출은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호조에 힘입어 1천억 달러(약 146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도 “TSMC가 지난해 4분기 역대급 매출을 기록한 만큼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는 국내 반도체업종 실적 하방을 높여주고 있고 범용 반도체 회복과 맞춤형 반도체(ASIC)시장 확장성이 주가 상승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와 별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취임한 뒤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규제를 풀 수 있다는 기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당시 "인공지능 혁신을 방해하는 바이든의 위험한 행정명령을 철회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