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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1월] 대한민국,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창욱 부국장  cup@businesspost.co.kr 2025-01-0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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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

민족을 대표하는 역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단재 신채호가 쓴 '조선상고사'의 첫 구절이다. 역사란 나와 나 아닌 것이 투쟁해 온 기록이라는 의미다. 
 
[데스크리포트 1월] 대한민국,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내란 피의자 신분인 윤석열 대통령. 

여기서 나는 우리 민족과 사회 공동체를 의미한다. 나 아닌 것은 말 그대로 나와 대칭되는 외세를 뜻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내부에도 공동체에 반하는 나 아닌 것들은 있었다. 역사적으로 일제 강점기의 친일파들이 이에 해당한다. 민주화 이전 군부독재 세력과 그에 부역한 자들도 그러하다.

우리 사회 내부의 나 아닌 것들, 단재 선생의 표현으로 '비아'들은 공동체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무리다. 이들이 움직이는 이치는 우리 몸 안에서 자라는 암 덩어리와 닮았다. 

암은 애초 우리 몸 세포의 일부였으나 발암물질로 인해 쓸모없는 악성종양으로 바뀐다. 그 뒤 몸 안에서 끊임없는 증식을 거듭하며 결국 우리 몸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우리 사회 내부의 나 아닌 것들은 자기 패끼리만 뭉친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이익이 아닌 사익을 추구하며 결국 우리 사회를 망가뜨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행태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공개된 내란임무 주요 종사자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은 고교 동문인 김 전 장관을 비롯한 군부 내 일부 측근들과 계엄을 치밀하게 모의한 것으로 나타난다.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대통령은 141회나 언급된다. 

윤 대통령과 내란 세력들은 헌법과 계엄법에 어긋나는 계엄포고령을 내놨고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하려 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주요 정치인뿐 아니라 법관들까지 잡아 가두려고도 했다. 

이를 통해 민주공화국 체제의 삼권 분립을 무시하고 왕이나 독재국가의 총통과 같은 권력을 가지려 했다. 

이뿐 아니라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의한 뒤에도 국회의원을 끌어내고 사회 혼란을 일으켜 자신들의 계엄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했다는 정황도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이런 범죄를 꾸민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결국 윤 대통령은 절차와 내용에서 모두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죄 피의자가 되고 국회에서 탄핵되어 직무가 정지됐다.

윤 대통령의 불법적 계엄 선포로 우리나라가 광복 뒤 80년간 이뤄온 눈부신 성취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 경제적 성취와 민주화, 한류의 힘으로 올린 대한민국의 국격이 아프리카 후진국의 행태를 닮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추락했다. 

경제적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는 더 피폐해지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며 공급망이 흔들려 수출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대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자칫 국가부도의 나락으로 갈 수 있다는 시각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윤 대통령과 내란 세력들의 계획이 실패했는데도 이런 형편인데 만약 성공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하기도 싫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설명하며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 4·19혁명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뿌리내린 시민의식 덕분에 12·3 비상계엄에도 우리 사회는 더 깊은 나락으로는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스러져간 수많은 영령들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구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군사 독재시절 권위적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윤 대통령 측근인 장군들과 달리 계엄에 투입된 정예 병사들은 불법적 지시에 소극적으로 응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시민들은 앞다퉈 국회 앞으로 달려가 계엄군을 온몸으로 막아서 국회의원들이 계엄을 멈추도록 도왔다.

한 줌의 나 아닌 것들, 계엄내란 세력이 우리 사회의 대다수인 민주공화국 시민들에게 패퇴한 셈이다. 내란 피의자 김용현이 했다는 '중과부적'이라는 표현은 결과적으로 맞는 말이 되어 버렸다.
 
[데스크리포트 1월] 대한민국,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구에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계엄 이후 직무가 정지된 뒤에도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았고 헌법으로 근거된 법원의 체포 및 수색영장까지 경호처를 사병처럼 동원해 무력화했다.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자신의 발언과 달리 윤 대통령은 탄핵당한 뒤에도 민주공화국 체제를 뒤흔들며 우리 공동체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수사를 받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런 행태를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천주교 사제들의 시국선언문 표현처럼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의 힘을 보여야 한다.  또 윤 대통령만 뽑아낸다고 해서 내란이 완전히 끝나는 게 아니다. 윤 대통령의 내란에 가담한 세력은 검거된 일부 정치군인과 경찰뿐만이 아니다. 

내란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세력에 대한 수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이들을 지금 완전히 찾아내 뿌리뽑지 못한다면 미래 어느 순간에 다시 우리 민주공화국 체제를 위협하는 암 덩어리로 자라날 수 있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정국은 보수와 진보, 정파 사이의 갈등이 아니다. 민주와 반민주, 공화국과 반사회세력의 싸움이다. 내란 세력을 완전히 도려내 불확실성을 확실히 없애야만 우리나라는 국격도, 경제도, 안보도 모두 회복할 수 있다.  

2025년 1월 현재 대한민국은 우리 공동체를 내부에서 위협하는 비아(非我) 세력과 투쟁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겨낼 것이고 우리나라의 미래는 다시 환하게 빚날 것이다. 거리를 물들이는 저 응원봉처럼. 박창욱 정책경제부·글로벌&기후에너지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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