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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스톰 대비하라] 미국 중국 무역갈등 '공급망 전쟁' 돌입,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역할 커진다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5-01-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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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5년 우리 경제가 대통령에 대한 내란수사와 탄핵 정국 속에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에 육박하며 수입 원자재 값이 치솟아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 경기는 정치 불안, 고환율에 더 꽁꽁 얼어붙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들은 삶의 터전을 유지하기조차 힘든 상황에 몰리고 있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올해 관세 인상을 앞세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맞아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수출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중공업은 물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로봇 등 첨단산업까지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력까지 등에 업은 중국 산업이 무차별 한국 주력 산업을 무너뜨리고 있어 그야말로 한국 제조업은 복합 위기에 몰렸다. 올해 이같은 차이나쇼크 현상이 더 뚜렷해져 우리 산업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여러 불안 요인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퍼펙트스톰’에 노출될 경우,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힘든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이같은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신년 기획시리즈를 게재한다.

- 글 싣는 순서
① 탄핵정국 대외신인도 '시계제로', 반도체 비롯 산업 정책과제부터 풀어야
② '2차 차이나쇼크'에 제조업 붕괴 위기, 재계 신사업 전환 올해가 분수령
③ 금융권 사업 불확실성 일파만파, 해외·디지털플랫폼에서 돌파구 찾는다
④ 미국 중국 무역갈등 '공급망 전쟁' 돌입,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역할 커진다
⑤ 짙어지는 경기불황, 유통업계 ‘신선·복합몰·해외’ 무기 삼아 살 길 찾는다
⑥ 건설업계 올해도 험난할 업황, 내수침체와 부동산 침체 넘을 돌파구 '각양각색'

[퍼펙트스톰 대비하라] 미국 중국 무역갈등 '공급망 전쟁' 돌입,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역할 커진다
▲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공급망 전쟁' 양상을 띠며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수 년째 이어지던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 및 무역 갈등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층 더 첨예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산업에서 상대 국가를 고립시키려는 두 국가의 전략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지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사들은 중국의 수출 통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한편 미국 내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5일 로이터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선제대응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리튬과 갈륨을 비롯한 배터리 핵심 소재의 수출 통제를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하반기 안티모니와 게르마늄 수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진 조치다.

이러한 희귀광물 및 희토류는 전 세계 대부분의 물량이 중국에서 채굴 또는 가공된다.

수출 제한 조치가 이뤄지면 반도체와 군사무기 등 산업에도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중국산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내놓자 중국이 핵심 소재 공급망을 협상카드로 앞세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 사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중국의 수출 통제가 니켈과 코발트 등 더 많은 소재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무기화한 자원은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반도체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

두 산업은 미국 정부가 최근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은 미국의 정책에 화답해 적극적으로 현지 생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공장에서 중국산 필수 소재를 수입해 활용하기 어려워진다면 큰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이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한국 기업들의 생산공장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온 배경도 중국과 공급망 단절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중국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자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설비를 확충해 중국 기업의 진출을 방어한 셈이다.

반도체 역시 한국과 대만 등 중국과 가까운 국가에서 필요한 물량을 수입하는 데 의존한다면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미국 정치권에서 힘을 얻었다.
 
[퍼펙트스톰 대비하라] 미국 중국 무역갈등 '공급망 전쟁' 돌입,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역할 커진다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예상도(왼쪽) 및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오하이오주 배터리 합작공장.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한국 및 대만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사실상 고립시키겠다는 목표를 앞세워 다양한 규제를 시행해 왔다.

지난 수 년째 이어진 이러한 전략이 결국 중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 조치로 이어지며 배터리와 반도체 소재 확보에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임기에도 강경한 대중 정책을 앞세웠던 만큼 취임 이후에는 두 국가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며 공급망 전쟁도 전면전 양상을 띨 공산이 크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배터리 및 반도체 기술 규제와 수출입 제재가 한층 더 강화되는 동시에 중국 정부도 핵심 소재의 수출 통제를 본격화할 수 있다.

결국 한국 배터리와 반도체 기업들은 두 강대국 사이 갈등에 피해를 최소화하려 힘쓰는 한편 이를 오히려 성장 계기로 삼기 위한 기회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모두 캐나다와 호주, 인도네시아 등 중국 이외 국가에서 현지 협력사를 확보해 리튬과 코발트, 흑연과 니켈 등 주요 배터리 소재 수급처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에서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업체의 진출을 경계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한국 공급사들은 미중 갈등에 갈수록 큰 기회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퍼펙트스톰 대비하라] 미국 중국 무역갈등 '공급망 전쟁' 돌입,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역할 커진다
▲ 희귀광물 및 희토류 소재, 배터리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갈등 심화는 한국 기업에 기회이자 위기로 꼽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결국 중국의 핵심소재 수출 통제와 관련한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면 한국 배터리 3사는 미중 갈등에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로 중국 공장에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워지고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일부 제품을 사실상 수출할 수 없게 됐다.

두 기업 모두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현지에 반도체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중국의 소재 수출 통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미국의 규제에 맞서 CXMT를 비롯한 자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를 지원하며 육성하고 있는 점도 중장기 관점에서 위협 요소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생산 설비를 적기에 가동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노력에 기여한다면 수혜를 기대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신규 고객사를 수주하기 유리해지고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 정책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트럼프 정부가 배터리와 반도체 정부 보조금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미중 갈등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국 기업들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결국 한국 배터리와 반도체 기업들에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갈등은 심각한 위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기회로 탈바꿈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볼 여지가 큰 셈이다.

다만 미중 갈등이 전반적인 소비 위축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방산업인 전기차 및 전자제품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투자 및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한 불안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트럼프 당선인에 맞설 새 전략은 ‘공급망 전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는 수많은 기업에 상당한 여파를 남기며 사업 전반에 차질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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