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스톰 대비하라] 금융권 사업 불확실성 일파만파, 해외·디지털플랫폼에서 돌파구 찾는다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2025-01-0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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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5년 우리 경제가 대통령에 대한 내란수사와 탄핵 정국 속에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에 육박하며 수입 원자재 값이 치솟아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 경기는 정치 불안, 고환율에 더 꽁꽁 얼어붙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들은 삶의 터전을 유지하기조차 힘든 상황에 몰리고 있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올해 관세 인상을 앞세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맞아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수출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중공업은 물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로봇 등 첨단산업까지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력까지 등에 업은 중국 산업이 무차별 한국 주력 산업을 무너뜨리고 있어 그야말로 한국 제조업은 복합 위기에 몰렸다. 올해 이같은 차이나쇼크 현상이 더 뚜렷해져 우리 산업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여러 불안 요인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퍼펙트스톰’에 노출될 경우,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힘든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이같은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신년 기획시리즈를 게재한다.
▲ 올해 금융업계가 내수 침체에 고환율, 정치 리스크 등 비우호적 경영환경에 대응해 해외시장 진출과 디지털전환 등 속도감있는 수익 다각화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2025년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업계가 해외시장과 디지털플랫폼 혁신을 통한 속도감 있는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은행과 보험, 카드사 등 너나할 것 없이 내수경기 침체 장기화에 고환율, 정치 리스크 등 최악 수준의 영업환경에 맞딱뜨리면서다. 내수 핵심 사업에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한 만큼 수익 다각화 과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올해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 기조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핵심 수익원인 국내 이자수익 성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 중소기업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하부구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은행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안정적 가계대출 확대로 성과를 내던 시대가 지나간 만큼 은행 자체의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 회장이 전날 신년사에서 불안한 정치경제 환경에 대응한 안정적 조직 관리, 효율적 경영을 앞세우면서도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추진과 혁신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사업영역에 안주해서는 이전과 같은 수준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내수 침체와 수익성 둔화 극복을 위해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연말 임원인사에서 지주 글로벌사업부문에 이재근 전 KB국민은행장을 배치해 힘을 실었다. 인도네시아 KB뱅크(옛 부코핀은행) 적자탈출 등 해외사업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보인 인사로 풀이됐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미뤄졌던 폴란드 은행 지점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2025년 상반기 폴란드 지점을 개설하고 한국 기업들이 적극 진출한 방산과 원전사업 금융지원부터 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서 역할 확대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2024년 말 베트남 호치민 남서부지역에 새 지점을 내면서 현지 고액자산가 유치와 리테일(소매) 영업 확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정상혁 행장을 유임하면서 강점인 해외사업의 안정적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해외법인 10곳의 누적 순이익 약 4343억 원을 거뒀다.
이는 1년 전보다 24% 늘어난 것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은행도 인도네시아와 러시아법인을 중심으로 기업금융과 리테일 영업을 확대하면서 해외법인 순이익 개선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워뒀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과 디지털전환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자수익 정체를 뒷받침하기 위해 플랫폼 등 비이자수익부분의 경쟁력이 한층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인터넷은행, 핀테크 플랫폼들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4대 은행만 보더라도 연말 개편을 통해 조직 통폐합 등 ‘슬림화’를 진행하면서도 디지털전환 등 부분 조직은 오히려 확대했다.
KB국민은행은 금융AI센터를 2개로 늘렸고 하나은행은 디지털그룹을 디지털혁신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디지털이노베이션그룹, 디지털·IT인력 확보를 위한 혁신전략 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보험사들도 올해 국내 보험시장의 성장 정체와 불안정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현지 중견은행인 노부은행 지분 40%를 인수하면서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했다. 앞서 2023년 3월에는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인도네시아 현지 손해보험사 리포손해보험 지분 74.4%를 인수한 데 이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특히 젊은 인구 비율이 높고 소비지출, 중산층 확대 등에 따른 지속적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국가다.
▲ (왼쪽부터) 김래윤 한화 인공지능(AI)센터장,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가 3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화 AI센터 개소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
한화생명은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최대 보험시장인 미국 현지 증권사 벨로시티를 인수하고 샌프란시스코에는 한화AI센터를 열었다. 올해는 공격적 투자를 발판으로 해외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화재도 연말 조직개편에서 글로벌사업총괄을 글로벌사업부문으로 격상하면서 힘을 실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싱가포르 재보험법인에 추가 출자를 단행했고 중국에서는 온라인 개인보험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현지 10위권 손해보험사 3곳의 지분을 차례로 인수해 해외사업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올해 카드사들도 해외사업과 생활밀착형 플랫폼 서비스 등에 역량을 쏟는다.
카드사들은 경기침체로 주요 수입원인 가맹점 카드수수료 실적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소비 위축과 연체율 증가 등 이중고가 예상되면서 새로운 수익원 확보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삼성카드를 비롯해 4대 금융지주 카드 계열사가 모두 대표를 교체하면서 신사업 확장 등 경영쇄신에 힘을 실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캄보디아 자회사 KB대한특수은행과 아이파이낸스리싱 합병 최종 인가를 획득해 자동차 할부금융에서 나아가 사업 영역 확대를 본격화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롯데카드도 베트남법인을 통해 현지 대출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 소상공인과 프랜차이즈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대카드는 ‘금융테크’ 기업으로 도약을 경영목표로 내걸고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수출, 데이터과학 바탕의 초개인화 플랫폼사업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정치·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올해 사업 전략을 두고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시장과 디지털플랫폼 사업을 포함해 비금융분야 사업다각화를 여러 방향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