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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스톰 대비하라] 탄핵정국 대외신인도 '시계제로', 반도체 비롯 산업 정책과제부터 풀어야

조장우 기자 jjw@businesspost.co.kr 2025-01-0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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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5년 우리 경제가 대통령에 대한 내란수사와 탄핵 정국 속에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에 육박하며 수입 원자재 값이 치솟아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할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 경기는 정치 불안, 고환율에 더 꽁꽁 얼어붙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서민들은 삶의 터전을 유지하기조차 힘든 상황에 몰리고 있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올해 관세 인상을 앞세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맞아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수출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중공업은 물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로봇 등 첨단산업까지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력까지 등에 업은 중국 산업이 무차별 한국 주력 산업을 무너뜨리고 있어 그야말로 한국 제조업은 복합 위기에 몰렸다. 올해 이같은 차이나쇼크 현상이 더 뚜렷해져 우리 산업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여러 불안 요인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퍼펙트스톰’에 노출될 경우,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힘든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이같은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신년 기획시리즈를 게재한다.

- 글 싣는 순서
① 탄핵정국 대외신인도 '시계제로', 반도체 비롯 산업 정책과제부터 풀어야
② '2차 차이나쇼크'에 제조업 붕괴 위기, 재계 신사업 전환 올해가 분수령
③ 금융권 사업 불확실성 일파만파, 해외·디지털플랫폼에서 돌파구 찾는다
④ 미국 중국 무역갈등 '공급망 전쟁' 돌입,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역할 커진다
⑤ 짙어지는 경기불황, 유통업계 ‘신선·복합몰·해외’ 무기 삼아 살 길 찾는다
⑥ 건설업계 올해도 험난할 업황, 내수침체와 부동산 침체 넘을 돌파구 '각양각색'

[퍼펙트스톰 대비하라] 탄핵정국 대외신인도 '시계제로', 반도체 비롯 산업 정책과제부터 풀어야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정치권 혼란으로 한국경제의 미래가 안개 속에 놓였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협의에 따른 국회의 탄핵소추로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가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다.

내수 경기가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에 환위험이 커지고 수출 회복도 지연되고 있어서다.

정치권은 산업계의 피해를 막기 위해 미국 정권교체에 따른 이차전지 육성책 마련과 반도체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반도체특별법을 비롯한 법안 처리, 중소기업의 원자재 비용반영 제도(납품대금연동제) 보완 등 정책적 난제를 서둘러 풀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까지 겹치면서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는 한덕수 총리의 탄핵소추안 표결과정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계엄령 선포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뒤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총리까지 탄핵소추되면서 한때 활기를 띠었던 한국의 민주적 성공스토리가 미지의 영역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CNN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된 뒤 “동아시아에서 중요 경제권 가운데 하나이자 중요한 역내 동맹국인 한국에서 과거 2016년 말에서 2017년 초까지 벌어졌던 탄핵정국이 다시 발생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위험으로는 △원화가치 하락 △주식시장의 침체 △해외수출 계약 변동 위기 △국가 신용등급 하락 △주요산업 경쟁력 약화 등이 꼽힌다.

특히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경제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계엄 이후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2024년 12월2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다시 상승해 1500원 선을 바라보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과 가장 다른 양상으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는 원화 약세에 따른 수출개선효과가 달러 강세에 따른 원부자재 수입단가 상승 부담을 상쇄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수출 둔화 속에서 환율 상승에 따라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 제고효과보다 원자재 가격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떠오른다.

더구나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까지 겹치면서 환율이 1500원 선까지 바짝 다가선 점은 더욱 우려되는 요소로 꼽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대통령 및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비롯한 국내 정국 불안 장기화 우려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상승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시장개입도 강화될 것으로 보여 변동성 확대장세가 이어질 것이다”며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460원~1500원을 오르내리며 고공행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정공백에 따른 환위험에 더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1월20일 정식 출범하게 되면 달러 강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소로 거론된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재가공해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제조비용 상승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KBS 뉴스와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제품생산 및 판매계획 등 가격 변동계획을 세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짚었다.

더구나 이런 비용증가는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산업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실질실효 환율이 10%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면 대규모기업집단의 영업이익률은 0.29%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실질실효환율이란 명목환율에 물가지수를 반영해 계산한 것을 말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손실이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퍼펙트스톰 대비하라] 탄핵정국 대외신인도 '시계제로', 반도체 비롯 산업 정책과제부터 풀어야
▲ 고환율의 지속은 기업의 실적 불확실성을 키워 궁극적으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픽사베이>
이처럼 원화의 가치가 추락하면서 연쇄적으로 외국인 투자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익을 낼 여력이 줄어들면서 투자를 꺼리고 있는 탓이다.

여기에 국정공백이 방위산업을 비롯한 수출계약에서 지연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한국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거론된다.

2024년 12월4일 방한했던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탄 대통령은 당초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하려 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일정을 취소했으며,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방한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당초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한국과 방위산업 관련 협의를 할 예정이었지만 불안한 한국 정세에 발길을 돌린 것으로 파악된다. 방위산업의 특성상 정부 간 거래가 주된 흐름을 이어가기 때문에 비상계엄에 따른 국정공백은 국제적 신뢰에 손상을 주고 있다. 이런 국제신뢰 손상은 국가 신용등급을 비롯한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연구원은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탄핵국면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으로 국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호조를 보였던 방위산업뿐만 아니라 한국 수출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산업 육성과 관련해 정책적 지원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가장 큰 우려 요소로 꼽힌다.

반도체 기업을 향한 재정지원과 근무시간 유연화를 뼈대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2024년 12월 말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반도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 전력망특별법(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추진으로 회의가 중단되면서 해를 넘기게 됐다.

반도체특별법은 대통령 직속 국가반도체 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과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반도체 특별법에는 반도체 연구개발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규제 완화 방안도 담겨 있어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비롯한 첨단 반도체 개발경쟁에 도움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정국으로 정치권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지원책과 전력망 구축 정책과 법안 논의는 사실상 ‘올스톱‘됐다.

배터리 산업의 캐즘(일시적 성장정체)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응한 이차전지 보조금 정책 필요성도 정부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트럼프 정부 출범 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지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상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폐지 검토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미국이 배터리 소재에 관세 부과를 검토한다는 소식도 리스크로 꼽힌다. 미국의 자국산업 육성이 목적으로 추진되는 이 정책은 미국 외에서 배터리 생산비중이 큰 우리 배터리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 때문에 우리 정치권이 한국 배터리산업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첨단산업은 이익이 날때까지 장기간 소요되기 때문에 이차전지와 바이오 등 산업은 투자유치부터 개발 및 허가단계를 거쳐 상업화로 이익이 날 때까지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차전지를 비롯한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보조금과 인프라 확충 등 국가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계에서는 납품대금연동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의 등락에 따라 납품대금을 연동하는 제도로 2024년 1월1일부터 본격시행됐다. 

물품 제조에 쓰이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기준 이상 오르거나 내릴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계약에서 그 변동분 만큼 납품대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전하게 정착되지는 않았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1억 원 이하의 소액 계약 △90일 이내의 단기 계약 △위탁기업이 소기업인 경우 △수탁·위탁기업이 납품대금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 등에는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이 있어 제도 정착에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납품대금 연동제가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상계엄 및 탄핵으로 환율이 높아지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목소리가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치권이 이와 같은 다양한 기업전반의 목소리를 듣고 민생안정에 방점을 찍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바라본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최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6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경기 시나리오별 적극적 정책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지연되고 있는 반도체 특별법을 비롯한 주요 경제 법안의 입법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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