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12-31 15: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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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지연하는 듯한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권 심판'을 기치로 내건 조국혁신당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제 1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무안공항 비행기 사고 참사'를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사이 조국혁신당은 선명한 목소리를 내며 윤 대통령 내란혐의 수사와 탄핵심판을 압박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 (왼쪽부터)조국혁신당 서왕진 최고위원,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 황운하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조국 전 대표의 수감에 따른 부재 속에서 탄핵 정국 마무리 뒤 정책 정당으로서 도약하느냐 여부가 '제 3당'으로서 입지를 유지하는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조국혁신당에 따르면 조국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법률대리인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두 건의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접수했다.
조 전 대표의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는 2가지 내용이 담겼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에게 조 전 대표를 체포하고 구금하라고 한 명령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다른 하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선출된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9명 정원의 헌법재판관에게 위헌 헌법소원심판 청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내용이다.
조 전 대표 대리인인 김형연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상목 권한대행이 지난 27일 대행직을 맡은 이후 분위기를 보니 헌법재판관을 쉽게 임명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해 조 전 대표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전 대표는 헌법소원을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있는 최상목 권한대행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국혁신당 의원들 역시 최근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조속한 수사와 체포가 필요하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3차례(12월 18일·25일·2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출석을 통보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30일 결국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당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란혐의와 관련한) 지금 수사에서는 신중보다 신속이 더 중요하다"며 "공수처가 이것저것 재다가 대한민국 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 죄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오동훈 공수처장을 겨냥해 "내란수괴에 대한 수사가 몹시 지지부진해 국민들의 화를 북돋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신 없으면 공수처장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날을 세웠다.
검사 출신인 박은정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피의자는 100번을 불러도 아마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출석요구 불응할 우려가 있으므로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은 탄핵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최우선 과제인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서도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국회가 선출한 세 명의 헌법재판관 후보를 즉각 임명해야 한다"며 "임명하지 않으면 권한대행으로서 의무 위반이자 탄핵 사유”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부안공항 비행기 참사를 고려해 최상목 대행 압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시기 조국혁신당이 윤석열정권 심판 과정에 선봉장 역할을 한다면 그동안 강조해온 선명성을 국민에게 선보일 기회가 될 수 있다.
조국 전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 출마의사를 밝히며 "앞으로도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조기 종식을 위해 누구보다 빠르고, 강하고, 선명하게 싸우겠다"고 강조했는데 조국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부재 상황에서도 이런 당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사실상 거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지난 27일 가결시킨 뒤 최상목 권한대행을 놓고서는 좀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연이은 탄핵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재성 전 청와대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은 31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 나와 "민주당 측이 따박따박 탄핵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현실적으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안 하면 탄핵하겠다 이렇게 나오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최상목 권한대행이 민주당 주도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소추하겠느냐는 질문에 "좀 기다려야 하지 않겠냐"며 "신중하게 인내심 있게 기다리며 설득하고 대화도 하겠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서도 "당연히 할 거라는 믿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지점에서 조국혁신당이 목소리를 높인다면 조국 전 대표 부재 상황에서 당에 정치적 존재감을 높일 기회가 될수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을 만난 자리에서 "(조국혁신당이) 쇄빙선으로서 선도적 역할을 잘해준 결과 문제해결의 단추가 열린 것 같다"며 "내란의 불은 일단 꺼가고 있는 중인데 아직 큰 산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혁신당의 역할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기대도 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쉽게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은데 선도적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앞으로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서로 잘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국 전 대표는 조국혁신당의 구심점으로 평가받았으나 지난 12일 자녀 입시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하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다만 조국혁신당에 따르면 조국 전 대표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지난 23일까지 일주일 동안 약 3500명의 당원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권 아래 검찰의 조 전 대표를 향한 무차별적 수사에 따른 동정 여론이 널리 확산된 결과로 읽힌다.
박은정 의원은 27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혁신당은 창당 당시부터 대표 궐위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만큼 국민에게 약속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조기 종식을 위해 전력으로 가겠다"며 "국민도 조 전 대표 수감 이후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흔들림 없이 국민에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국없는 조국혁신당은 우리가 조국이다를 외치며 이렇게 꿋꿋하게 전진하고 있고 당원도 크게 늘었다"며 "아직 내란일당들이 완전히 진압되지 못했다. 신속한 윤석열 파면, 그리고 신속한 체포 구속만이 정국 불안정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내란수사가 마무리되면 정책정당으로서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은 조국혁신당에게 과제로 남아있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당대표 권한대행에 선임된 직후 한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탄핵, 정치검찰 해체라는 두 과제는 가시권에 들었다"며 "조국혁신당은 여전히 쇄빙선이다. 빠르고, 강하고, 선명하게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책정당으로서 과제를 놓고 김 권한대행은 "사회권 선진국 실현의 길로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다. 내년 3월, 창당 1주년과 5월 시도당 개편대회 등을 의원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들과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새로운 세상, 탄핵 이후의 세상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