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희찬(미래에셋증권), 유종우(한국투자증권), 조수홍(NH투자증권), 윤석모(삼성증권), 김동원(KB증권 ) 리서치 센터장. 사진 각 사 제공. |
[비즈니스포스트] "2025년 코스피 3천은 쉽지 않다."
31일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국내 빅5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2025년 코스피 예상범위를 물어본 결과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들 5개 증권사 가운데 내년 코스피 상단을 3천으로 제시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한국투자증권은 2300~2800, NH투자증권은 2250~2850, 삼성증권은 2350~2900, KB증권은 2300~2800을 각각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본래 코스피 예상 범위를 제시하지 않는다.
이들은 국내 증권업계에서 규모로 상위 5개 증권사다. 결론적으로 내년 코스피 3천을 바라본 대형 증권사는 없는 것이다.
앞서서는 이들 가운데 몇 군데가 코스피 3천을 제시한 바 있으나 그 사이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센터장들은 현재 국내 내수가 침체되고 수출도 부진한 가운데 기업 이익세 회복에 기반한 내년 코스피 반등이 아직은 요원한 것으로 바라봤다.
김동원 KB증권 센터장은 "높아진 환율로 증시 전반적으로 수급 유출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형주의 부진으로 전반적 지수상승이 제한적인 가운데 유틸리티 같은 내수(원재료를 수입해 내수시장에 판매하는)산업은 마진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점도 코스피에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트럼프 관세 정책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으로 예상 효과는 아직 국내산업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불확실성은 한국 증시 입장에선 제어가 불가능한 체계적 리스크가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을 놓고도 국내 중국 관련주의 수혜 기대감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과 국내 기업들의 경쟁 심화 우려가 더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중국 부양책은 대규모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고 중국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기에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며 “주요 산업에서 중국과 경쟁 심화, 기술 경쟁력 역전 등의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중국 부양책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이 빠르게 안정돼야 주식시장이 제자리를 찾을 거란 전망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센터장은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정국이 안정화되면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증시의 큰 부담 요인으로 꼽히는 원/달러 환율을 놓고는 고환율 현상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의 달러 수급이 양호한 편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시간이 지나면 점차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센터장은 “경상수급 회복 등 유동성 상황을 고려했을 때 1450원 이상의 환율은 과도하며 지속되기 어렵다”며 “현재 원화 약세가 심화한 상황으로 강달러 이후 달러 지수의 순환적 하락이 원/달러 환율의 상고하저 궤적을 이끌 것이다”고 예상했다.
올해처럼 내년에도 미국증시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될 거란 전망에도 센터장들은 힘을 실었다.
탄탄한 명목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미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 동력 우위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센터장은 “내년 미국증시의 상대적인 고성과를 예상한다”며 “법인세율 인하 등 친기업적인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테마와 AI 기술 활용에 따른 생산성 향상 기대 등도 미국증시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고 말했다.
또한 “기준금리 인하가 큰 폭으로 이뤄지지 않아도 2025년 상반기에는 미국증시의 유동성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며 “2024년 말 부채한도 유예가 종료되고 재무부의 국채 순발행이 중단되면 재무부의 여유자금 사용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이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권의 동력 상실에도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정책은 지속될 거란 전망에도 대부분 동의했다. 여야 모두 기업 밸류업에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법개정이 밸류업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상법개정은 정치권 결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으나 이사의 충실의무 중 주주 항목 확대는 밸류업에 긍정적일 것이다”고 바라봤다.
내년 유망 업종과 종목에 대해선 AI 산업 기대감에 기반한 반도체와 전력기기를 기본으로 두는 가운데 향후 관세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K-컬쳐(문화)주’에 주목하라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윤석모 삼성증권 센터장은 “트럼프 2기 정부에는 일론 머스크나 제이디 밴스 등 정보통신(IT)에 밝은 인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AI 발전의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AI의 활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AI 관련 공급망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주가 수준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센터장은 “2025년 한국 주식시장 주요 테마는 엔터테인먼트, 음식료, 화장품 등 K-컬쳐주가 될 것”이라며 “한국 수출 모멘텀 약화에도 한국 고유의 강점인 문화는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도 “견고한 실적 성장세가 기대되는 조선, 전력기기 업종과 무역 분쟁 이슈에서 자유로운 IT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인터넷/게임, 헬스케어 등 업종이 유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 경기 회복에 힘입어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반도체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라며 반도체는 SK하이닉스, 인터넷게임은 네이버와 시프트업, 조선은 HD현대미포조선과 HD현대중공업, 전력기기는 HD현대일렉트릭을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