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 ‘복덩이주’에서 국민 ‘밉상주’로.
일 년 새 입지가 뒤바뀐 2차전지주 얘기다. 시장에서는 2차전지주의 주가 부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불확실성이 점차 걷히고 개별 호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나오면서 증권업계에서는 2차전지주에 선별적 접근을 권하고 있다.
▲ 내년 2차전지주 업황은 미국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약 45% 하락했다.
이 지수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그룹주 등 국내 2차전지 대표주들을 담고 있다.
다만 이 지수의 지난해 1년 수익률은 약 16%였다. 특히 에코프로 등 일부 주도주만을 놓고 보면 수익률 한때 수 백 퍼센트에 이르기도 했다.
올해 2차전지주는 주가 버블이 터진 데 더해 글로벌 전기차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전방수요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주가도 약세로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와 같은 주가 강세를 내다보고 추격매수를 한 투자자들에게는 2차전지주가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다만 2차전지주가 국내 주요 산업인 점은 부정할 수 없는 만큼 향후에도 개인투자자의 2차전지주에 대한 관심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내년 2차전지주의 주가 향배는 미국의 움직임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우선 최대 전기차시장인 중국은 자국 업체들이 장악한 가운데 유럽에서는 오히려 전기차 전환에 역행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 전환을 지나치게 급히 추진하다가 일자리 감소 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2025년 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자동차산업 미래를 위한 전략적 대화’를 여는데 여기서 내연차에 대한 규제 완화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에 따라 2025년 유럽지역 전기차(xEV 기준) 판매량 증가율 예상치가 기존 20%에서 10%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전기차산업 우려가 점차 옅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 대상에 배터리와 전기차가 포함될 가능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인수위원회는 공약대로 전기차 보조금은 축소하되 미국 내 탈중국 배터리와 핵심소재에 대한 공급망 구축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미국 수출입은행의 지원을 통해 더 많이 수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근 미국 내에서 적극적으로 2차전지 생산시설을 구축해 온 국내 2차전지업체로서는 수혜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단기적으론 위축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및 배터리 수출을 통해 미국에 생산설비가 집중된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내년 신차 2종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 일론 머스크의 '몸값'이 오른 가운데 테슬라와 관계가 밀접한 국내 2차전지주에 주목하란 의견이 나온다. |
이에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테슬라 공급망에 속한 종목 가운데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바라본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엘앤에프, 에코프로머티 등 테슬라 밸류체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만 매수 시기에 관해선 2차전지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차전지주 주가는 리튬 가격과 동행하는데 대체로 리튬은 연초에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이후 하락기 와중에도 수산화리튬 가격은 대부분 1~3월에 주로 강세를 보인 바 있다.
주민우 연구원은 “2차전지주 저점 매수 시기는 리튬 가격의 계절성과 테슬라 신차 출시 일정을 감안해 내년 2~3월이 좋다”고 바라봤다.
특히 미국과 테슬라 등 2가지 호재에 모두 부합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증권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동진 연구원은 “미국에 직접 생산설비를 보유한 기업 중심으로 긍정적 영향이 전망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최선호주”라 말했다.
안회수 DB금융투자 연구원도 "테슬라는 전기차산업에서 독점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밸류체인이라는 프리미엄이 지속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