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 '밸류업'으로 시작해 '탈국장'으로 마감, 국내 증시 글로벌 소외 더 깊어져
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4-12-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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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주식시장은 장밋빛 밸류업 정책으로 출발했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국내 주식시장은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아름다운 결말을 맺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정부가 강력하게 주도한 ‘밸류업(기업가치제고)’ 정책이 용두사미의 모양새가 되면서 국내 증시 저평가 해결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7일까지 코스피지수는 9.43% 하락했다.
미국 나스닥(33.37%), 일본 닛케이225(20.37%), 중국 상하이종합(14.29%), 홍콩 항셍(17.98%), 독일 DAX(18.49%), 인도 니프티50(9.74%) 등 글로벌지수가 대부분 오르는 와중에도 유독 한국증시만 약세를 보인 것이다.
정부와 거래소 등 유관기관이 연초부터 밸류업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초라한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들어 주주가치 제고, 기업의 수익성 증대 등을 통해 국내증시의 만성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밸류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강화, 자기자본이익률(ROE) 증대 및 공시 강화 등을 기업에 요구했다.
이에 심한 저평가를 받아왔던 은행주 등 금융주를 중심으로 기대감을 일기도 했지만 결국 대다수의 기업참여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기대만큼의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밸류업 정책은 일본의 선례를 참고했는데 일본과 달리 밸류업을 전적으로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강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나온 밸류업 수의 종목구성도 종목 선정과 관련해 공정성 등 여러 구설수가 흘러나오며 기대를 받았던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조차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다만 기업 밸류업에 대해선 여야가 모두 동의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정국의 방향과 무관하게 국내증시 저평가 노력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야심차게 힘을 줬던 밸류업 기대감이 꺾인 데 대한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밸류업은 기본적으로 단기가 아닌 중장기 과제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하고 정부 정책에 따라 투자심리가 살아나며 다시 한번 주요 모멘텀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6월24일 서울사옥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상장기업 사내·사외이사 대상 기업 밸류업 설명회’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올해 자본시장을 뜨겁게 달군 또 다른 화제 가운데 하나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빼놓을 수 없다.
야당인 민주당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취지로 금투세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올해 국내증시 부진과 강력한 반대여론을 이기지 못했다.
금투세 부과 대상은 소액 개인투자자가 아닌 소위 거액의 ‘큰손’ 투자자들이지만 이들에 세금을 매길 경우 국내증시에서 매도세가 나올 거란 우려가 있었다.
이에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로 선회했다. 다만 금투세 우려가 사라졌음에도 국내증시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상승세를 보이지 못했다.
12월3일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가 발발한 점도 국내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비상계엄은 개인투자자들이 국내증시를 떠나게 만들면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석연찮은 밸류업, 만년 주가 저평가에도 묵묵히 국내증시를 지키던 개인투자자들에게서도 이젠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월26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5조4751억 원어치를 팔았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주식은 105억6996만 달러(약 15조5천억 원)가량 사들였다.
또 다른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고환율, 반도체업황 부진, 내수 침체, 정치적 불확실성 등 연말 국내증시에 우호적 환경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 내년 반도체업황 개선, 상법 개정, 내수 촉진 등 새로운 모멘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