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12-27 14: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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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을 추진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직의 수행을 앞두게 됐다.
경제사령탑 역할에 집중해오던 최 부총리는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와 안보까지 챙기게 된 만큼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는 상황에 놓였다.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부총리가 적극적으로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점한 민주당과의 협조가 중요하다. 그런 만큼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포함한 주요 정치 현안에서 한덕수 권한대행과 달리 야당과 협조하며 갈등을 줄이는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발표한 내란사태 관련 긴급 성명에서 “민주당은 오늘 국민의 명령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3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표결을 진행해 151표 이상 찬성표가 나오면 한 권한대행의 직무는 정지된다.
헌법 제71조는 법률이 정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순서에 따라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정돼있다. 이에 따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권한대행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 직을 승계한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한 이유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결정 때문임을 고려하면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쟁점을 두고 민주당의 기조에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놓고 관심이 쏠린다.
만일 최 부총리도 한 권한대행처럼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룬다면 민주당이 즉각 탄핵절차를 밞을 가능성이 높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 부총리가 한 권한대행과 똑같은 입장을 보였을 때 민주당 대응을 묻는 질문에 “내란 수괴와 내란 세력들을 반드시 엄벌하고 처단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며 “내란 진압을 하는 것이 민주당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면 한 권한대행과 마찬가지로 탄핵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권한대행에 관해 말하고 있다. <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민주당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가 한 권한대행과 달리 정치적으로 각을 세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나 내란죄 수사를 지연하려는 태도를 나타내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 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최 부총리는 국무회의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가장 먼저, 가장 강하게 반대한 사람이고 가장 먼저 국무회의장을 뛰쳐나온 사람”이라며 “일방적으로 통과됐던 감액 예산안에 대해서도 통과된 것이니깐 적극적으로 집행할 의지를 표현한 것 등을 보면 한 권한대행보다 낫지 않냐”고 말했다.
게다가 최 부총리로서도 경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서는 민주당과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최 부총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25년도 예산 조기집행과 경제정책방향 등을 준비해왔는데 이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최 부총리도 이날 다른 국무위원들과 함께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국가적 비상상황 속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와 민생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며 한 권한대행의 탄핵 재고 요청 이유로 ‘경제’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경제정책방향 등 경제에 관한 정부의 구상이 효과를 거두려면 공무원들만의 생각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 함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그동안 정치적 문제에 연계되는 일을 꺼리는 행보를 보여 왔다. 이런 점도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두고 야당과 각을 세워왔던 한 권한대행과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로 꼽힌다.
최 부총리는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조치사항이 담긴 ‘한 장’의 문건을 일찌감치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이 건넨 문건에는 계엄 관련 예비비 등 재정자금 확보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는데 최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차관보가 (문건 존재를) 리마인드 시켰는데 무시하자라고 해서 (문건을) 덮었다"고 말했다.
과거 2017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최 부총리는 정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수사와 재판에 협조했다.
최 부총리는 2014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재직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지시로 재계를 압박해 미르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특검 조사에 성실히 응한 뒤 국정농단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지난 26일 MBN 뉴스와이드에서 “최 부총리는 정통 관료인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안 수석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승진에서 배제되는 등 엄청난 고초를 겪었던 사람”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지를 잘 판단하고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다”며 “국정 중단 가능성에 대한 대내외 불안요인을 신속히 정치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으로 미뤄볼 때 최 부총리가 야당과 각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