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11월 해외건설 수주 현황을 분석해보면 삼성E&A와 GS건설은 수주금액이 크게 늘었지만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전년 대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정부가 설정한 해외건설 수주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건설사 별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E&A와 GS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 플랜트 물량을 확보해 수주금액을 크게 늘린 반면 해외사업 전통의 강자로 꼽히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지난해보다 크게 축소된 수주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15일 해외건설협회의 집계를 분석해보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 연간 400억 달러와 누적 1조 달러 돌파 목표는 모두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이 올해 1~11월 사이 따낸 해외건설 수주 실적은 326억9천만 달러다. 지난해 연간 실적 333억1천만 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이 남은 상황에서 비슷한 수치의 일감을 확보한 것이다. 연간 수주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75억 달러 이상 수주가 필요하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해외건설 수주는 9965억2392만 달러다. 1조 달러 돌파를 위해서는 35억 달러 이상 수주가 더 이뤄져야 한다.
올해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가 월평균 30억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중에 대형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두 가지 목표 모두 달성 가능성이 크지 않은 셈이다.
게다가 3일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경제계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 커졌다. 국가 신인도가 중요한 영향을 주는 해외건설 수주, 특히 대규모 수주계약에는 한동안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시선이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 상황을 보면 업황 악화에 따른 건설사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해외건설 수주를 보면 상위 10위 이내 기업은 대부분 건설사가 차지해 왔다. 2021년에는 8곳, 2022년에는 9곳, 2023년에는 8곳의 건설사가 10위 안에 자리 잡았었다.
그러나 올해는 5곳으로 그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삼성E&A,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GS건설이 1~4위를 기록하며 지난해와 동일하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SGC이앤씨는 1천만 달러 이상 공사를 6건을 신규 수주하면서 5위를 기록했다. SGC이앤씨의 지난해 연간 수주 순위는 국내 기업 가운데 39위였다.
다만 그 외에는 비건설사가 해외건설 수주 상위 10위권 채웠다. 6~10위는 HD현대중공업, 대한전선,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서부발전 등이다.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수주에서 고전한 가운데 삼성E&A는 지난해 부진을 씻고 올해 수주 규모를 대폭 늘렸다.
삼성E&A는 올해 1~11월 해외에서 109억8천만 달러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해 17억4천만 달러에서 90억 달러 이상 증가한 것은 물론 연간 100억 달러 해외수주를 돌파한 것이다.
1개 기업이 연간 해외수주 1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2014년 현대건설 110억7천만 달러에 이어 10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E&A는 4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1·4’ 수주에 힘입어 올해 국내 기업 해외수주 1위를 사실상 확정했다.
파딜리 관련 프로젝트의 수주금액은 60억8천만 달러로 삼성E&A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수주이자 국내 건설업계를 통틀어서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국내 기업이 수주한 가장 큰 사업 가운데 하나다.
GS건설도 올해 크게 해외수주 규모를 확대했다.
GS건설은 올해 1~11월 해외에서 28억4천만 달러의 수주 성고를 냈다. 지난해 9억7천만 달러에서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GS건설도 4월 ‘사우디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2’에서 단번에 지난해 연간 기록을 뛰어 넘는 12억2천만 달러의 수주를 곳간에 추가했다. 이 사업은 GS건설에 2020년 이후 4년 만에 해외 플랜트사업을 본격적으로 재개한다는 의미도 더해진다.
GS건설은 11월 ‘호주 도심근교 순환철도 동부 지하철 터널공사’도 수주했다. GS건설이 호주에서 2021년 이후 두 번째로 수주한 사업으로 현지 인프라 건설부문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 공단 전경. < GS건설 > |
반대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에서 아쉬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11월까지 누적 해외건설 수주 규모가 25억 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69억4천만 달러로 국내 기업 2위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수주금액이 감소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수주했던 ‘사우디 아미랄 석화플랜트 패키지1’이 올해 3월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수행으로 변경되면서 수주금액에 마이너스 25억4천만 달러가 잡혔는데 이를 넘는 해외건설 수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현대건설은 3월 ‘미국 현대차그룹·SK온 배터리 합작공장(9억 달러)’, 11월 ‘사우디 리야드-쿠드미 초고압직류 송전선로 건설(7억2천만 달러)’, 8월 ‘사우디 현대차 반조립공장(2억5천만 달러)’ 등 모두 20억 달러 안팎의 신규 일감 확보를 지속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11월까지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1억7천만 달러에 그쳤다.
2021년 6억4천만 달러(11위), 2022년 11억1천만 달러(8위), 지난해 16억9천만 달러(6위)로 꾸준히 해외건설 수주의 규모와 순위를 끌어 올려 왔으나 올해 크게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의 매월 주요 계약공사 목록을 보면 비공개 공사를 제외하고 대우건설이 올해 신규 수주한 1천만 달러 이상의 해외공사는 2월 싱가포르의 ‘톰슨라인 T216 공구 토목공사’ 1건만이 확인된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는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한동안 지지부진한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올해 정부가 건설업계와 손잡고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던 해외건설 수주에 급제동이 걸렸고 당장 건설사가 내년 해외건설 수주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5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및 스웨덴 정부 관계자들의 방한이 취소되면서 소형모듈원전(SMR) 논의 등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해외수주는 파이프라인에 따라 건설사 별로 차이가 컸던 편”이라며 “최근 일련의 사태 수습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것은 건설업계 해외수주에 분명 악재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