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가 현역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은 친윤·중진 VS 비윤·친한 초재선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이렇듯 친윤계와 친한계가 이번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를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한동훈 체제' 붕괴 가능성이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취와 정국 수습방안에 관한 전권을 당에 위임한 상황에서 친윤계 원내대표가 원내지도부를 장악하면 한 대표를 물러나게 할 수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 상 최고위원 4명이 동시 사퇴하면 ‘한동훈 지도부’는 붕괴되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게 된다. 친윤계가 친한계 최고위원 1명만 사퇴하도록 설득하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는 셈이다.
게다가 비대위가 출범하기 전까지 당내 서열 2위인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해 당권을 모두 쥐게 되기 때문에 친윤계를 통한 윤 대통령의 입김이 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의원총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혁 최고위원은 10일 MBC 뉴스하이킥에서 “친한계 최고위원 1명이 사퇴결심을 하고 권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친윤계가 비대위원장까지 지명해 당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윤계 의원 수가 친한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국민의힘 내부 세력구도를 고려하면 권 의원이 김태호 의원을 꺾고 새 원내대표에 오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중진의원들까지 권 의원 추대에 나섰다면 김 의원보다 훨씬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며 “김 의원의 득표는 많아도 30표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 원내대표가 당을 장악하면 탄핵 부결에 더욱 힘쓰는 동시에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고 1년 6개월 뒤 예정돼 있는 다음 지방선거와 함께 대선을 치르려는 전략을 펼칠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권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당연히 탄핵 반대 당론을 결정하고 추경호 전 원내대표보다도 강력하게 (탄핵 반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원내지도부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탄핵소추안 투표에) 집단 불참 또는 자유투표 (당론) 결정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후폭풍에 휩싸인 정국에서 여당이 이렇게 정파적 이익과 당내 주도권 쟁취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당안팎에서 비판이 나온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모두가 국민들께 사죄하고 반성해야 될 시기에 당내 권력 다툼을 한다는 것이 과연 제정신일까”라며 “친윤계가 당내 권력을 쥐고 한 대표를 몰아내려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당장 철회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성태 시사평론가는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친윤계가 국민들의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서 권력 다툼을 한다”며 “제 정신이라면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상황에 당내 주도권을 우리가 가져와야 한다며 원내대표 경선에 계파 싸움을 하고 어떻게 하면 대선을 늦춰서 다시 한 번 정권을 잡을까 생각하는 걸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나”라고 비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