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생산 공장. 연간 전기차 70만 대에 탑재할 분량의 배터리 생산 용량을 갖췄다. < LG에너지솔루션 > |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시장용 배터리 생산거점인 폴란드에서 화석연료 발전 전력과 관련한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폴란드 공장에서 배터리 수주를 늘리고 있는데 향후 유럽연합(EU)의 탄소규제에 걸릴 가능성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폴란드 정부에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요청하는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법인의 대외업무 책임자와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용걸 폴란드법인 담당은 "폴란드 정부가 경제특구에서 운영되는 기업을 상대로 친환경 에너지를 저렴한 가격에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만간 시행되는 EU 탄소발자국 규제가 폴란드에서 생산한 배터리에 불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EU 집행위원회는 2023년 유럽의회를 통과한 ‘유럽 배터리 및 폐배터리 규정’에 근거해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2025년 2월18일부터 탄소발자국 신고 의무를 부과한다.
재생에너지가 원활히 조달되지 않아 탄소발자국 신고 의무를 지키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리콜 같은 당국의 제제를 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폴란드가 2022년 기준 EU 국가 가운데 화석연료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라는 점이다.
현지매체 노츠프롬폴란드에 따르면 2023년 폴란드 발전량에서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 비중은 63.8%로 집계됐다. 이는 독일 산학연구기관 프라운호퍼가 집계한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간 86기가와트시(GWh) 생산 능력을 갖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유럽시장용 배터리를 생산한다.
최근 대규모 수주를 확보한 포드 전기상용차 배터리와 르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물량도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 연간 생산 능력을 2025년까지 100기가와트시로 증설할 구상도 있는 만큼 전력 수요도 따라 증가하는 일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 9월17일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상용차 행사 'IAA 트랜스포테이션'을 찾은 방문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된 파우치형 고전압 미드니켈 셀투팩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 |
더구나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공장과 관련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2023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서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부터 폴란드 공장에서 매년마다 설정된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했고 이를 2020년~2022년 ESG보고서에 모두 명시해 왔다.
현재 폴란드 공장의 재생에너지 조달이 여의치 않다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런 만큼 EU의 탄소발자국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폴란드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더구나 최대 경쟁사이자 세계 1위 업체인 중국 CATL이 유럽 신규 공장 가동을 앞둔 점도 재생에너지 조달을 서둘러야 할 이유로 꼽힌다.
CATL은 헝가리 데브레첸에 신설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에서 2025년부터 제품을 제조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LG에너지솔루션이 처한 상황을 놓고 “저렴하고 친환경적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EU 지역에서 생산하는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당국으로부터 필요한 지원을 얻어낼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폴란드는 화석연료 발전 비율이 높은 데다 내년까지 가정용 전기료를 동결하기로 법안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일 정도로 산업용 전기보다 가정용 전기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국가라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이용걸 담당은 지난해 초부터 폴란드 정부를 향해 재생에너지 지원의 필요성을 꾸준히 요청해왔다.
이 담당은 “폴란드가 첨단 제조업을 육성하려면 사업이 이루어지는 곳에 저렴한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폴란드 당국이 배터리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으로 에너지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재생에너지 공급을 용이하게 만들지 여부가 LG에너지솔루션 유럽 현지 사업에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유럽 탄소규제 강화가 전기차 시장 전체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LG에너지솔루션에게도 수혜 요소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부터 낮아졌던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일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은 올해 상반기 50% 수준이었던 가동률을 점차 회복해 2025년에는 평균 70%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