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상현 CJENM 대표이사가 CJ맨으로서 경력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윤 대표가 10월4일 부산 CGV 센텀시티 2관에서 열린 'CJ 무비 포럼'에서 발언하는 모습. < CJ > |
[비즈니스포스트]
윤상현 CJENM 대표이사가 CJ맨으로서 경력에서 중요한 관문을 지나가고 있다.
CJENM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CJ그룹 요직으로 향하는 등용문이면서도 걸음이 꼬이게 될 수도 있는 위치로 여겨지면서다.
아직 더디 가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성패 여부가 경영성적의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윤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CJ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CJENM 커머스부문 대표에 이선영 커머스부문 사업총괄이 내정된 배경에는
윤상현 대표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책임을 분담하게 하려는 그룹 차원의 경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표는 2022년 CJENM에 합류한 뒤 커머스부문 대표로서 일하다 해 3월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 자리가 공석이 되자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까지 겸임해왔다. 신경 써야 할 일이 늘어난 만큼 윤 대표도 책임이 무거웠을 수밖에 없다.
윤 대표는 엔터테인먼트부문을 겸임한 뒤로 기존에 담당하던 커머스 쪽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실적 개선에 공을 들였다. 최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공석이던 커머스부문 대표가 발탁된 만큼 윤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더 전념할 수 있게 됐다.
CJENM에서 엔터테인먼트부문은 커머스부문과 비교해 조직 규모나 매출이 더 큰 데다 사업성장을 위한 투자도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
CJ그룹이 글로벌 문화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한류를 앞세워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세계시장에 선보이는 역할을 하는 엔터테인먼트부문은 그룹 차원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핵심 조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적을 보면 엔터테인먼트부문의 성장 속도는 다소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
CJENM은 지난해 영업손실 146억 원을 냈는데 이 가운데 엔터테인먼트부문에서 나온 영업손실 839억 원에 이르렀다. 커머스부문에서 낸 이익이 다 상쇄하지 못할 정도로 엔터테인먼트부문에서 손실이 컸던 셈이다.
올해 2분기부터는 엔터테인먼트부문이 흑자기조로 돌아서긴 했지만 시장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CJENM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 158억 원은 증권사들의 추정치 평균(컨센서스) 468억 원에 크게 밑도는 수치다.
엔터테인먼트부문의 미국 콘텐츠제작사 피프스시즌(영업손실 232억 원)가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음악 분야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보다 84.8%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CJENM을 향한 회의적 시선이 이전보다 늘고 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은 콘텐츠 공급(딜리버리) 차질, 지식재산(IP) 투자 등의 이유로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돈 것이긴 하지만 3개 분기 연속으로 연결 수익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냉혹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CJENM의 이익이 상승 반전할 요인이 부재하다”며 “어려운 업황과 급변하는 환경이지만 국내 1위 사업자로서 이를 이겨나갈 수 있는 행보와 전략 방향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윤 대표도 경각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윤 대표로서는 본격적으로 경영 시험대에 오른 것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2022년 CJENM 커머스부문 대표를 맡은 이후 커머스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엔터테인먼트부문을 맡은지도 1년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엔터테인먼트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 CJENM 대표이사를 지냈던 허민회 CJ 경영지원 대표 내정자(왼쪽부터), 구창근 전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이사, 허민호 CJENM 상근고문. |
CJENM의 최고경영자 자리는 경영성과에 따라 그룹의 요직으로 향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최근 CJ 임원인사에서 지주사 CJ 경영지원 대표로 자리를 옮기게 된 허민회 CJCGV 대표이사도 CJENM 대표이사를 거친 인물이다.
애초 전략 전문가로 꼽히는 윤 대표에게 CJENM을 맡긴 것도 계열사 경영을 직접 담당하며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윤 대표는 1999년 CJ그룹에 입사한 뒤 줄곧 지주사에서 큰 전략을 그리는 일을 해왔다.
다만 CJENM에서 걸음이 꼬인 전임자들의 사례도 있다.
윤 대표 직전에 엔터테인먼트부문을 맡았던 구창근 전 대표는 CJ올리브영에서 경영성과를 낸 뒤 CJENM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해 돌연 사임했다. 엔터테인먼부문의 실적 부진이 갑작스런 사임의 배경이란 해석도 나왔다.
윤 대표의 커머스부문 전임자인 허민호 CJENM 상근고문도 CJENM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경영일선에서 벗어나 있다.
허 고문은 신세계백화점과 동화면세점을 거친 유통 전문가로 CJ그룹에 들어온 뒤 CJ올리브영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CJENM에서는 실적 부진과 ‘오물통’ 발언에 따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허 고문은 2021년 말 치러진 임원인사에서 유임되긴 했지만 이듬해 3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윤 대표가 그룹 내 경력에서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엔터테인먼트부문의 성패가 가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표도 커머스부문 새 대표 발탁에 발맞춰 엔터테인먼트부문의 실적 개선에 더욱 역량을 집중할 채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CJ 뮤비 포럼’에서 “영화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창작자(크리에이터)의 상상력이 최고의 작품으로 빛날 수 있게 글로벌을 향한 도전과 성공에 힘을 보태겠다”며 “국내 최고 수준인 연간 1조 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지속하며 K콘텐츠 생태계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JENM의 유일한 지적재산 (ONLYONE IP) 경쟁력을 글로벌로 전파해 문화 사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넘버원(No. 1) IP 파워하우스’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