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에 여러 이해하기 어려운 게시글 들이 올라와 있고 이것과 관련해 많은 당원이 걱정하고 계시기 때문에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 등 가족의 이름으로 윤 대통령와 김건희 여사를 비방하는 게시글이 게시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게시자의 성만 뜨고 이름이 가려지지만 최근 전산 오류로 인해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당원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게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당원이 한 대표와 배우자, 모친, 장인, 장모 등의 이름을 일일이 검색해 그들의 이름으로 작성된 ‘윤 대통령 내외 저격글’을 보여주는 유튜브 방송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논란이 확산되자 국민의힘은 점검을 이유로 당원게시판을 잠시 닫은 뒤 이름을 검색할 수 없도록 했다. 당 법률자문위원회는 허위사실 유표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대표와 그 가족들 다수의 이름으로 특정 시기에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는 점도 윤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당원들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는 대목이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글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실명 인증을 거쳐야하기 때문으로 알려져서다.
한 대표와 그 가족들이 아닌 동명이인이 작성했다면 당에서 출생연도 등을 비교해 게시글 작성자가 한 대표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해줘야 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가족과 동일한 이름의 작성자가 올렸다는 글. <장예찬 페이스북>
반한(한동훈)이자 친윤(윤석열) 성향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정기간에 한 대표 가족명의로 당원 게시판에 남긴 게시글 수는 진은정(한동훈 대표 배우자와 같은 이름) 100개, 진형구(한동훈 대표 장인과 같은 이름) 134개, 최영옥(한동훈 대표 장모와 같은 이름) 367개, 허수옥(한동훈 대표 모친과 같은 이름) 155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를 향해 “가족이 아니라는 것에 대표직이라도 걸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장 전 최고위원 뿐 아니라 친윤계인 김재원, 김민전 최고위원과 김미애 의원은 물론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당무감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3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당원게시판에 올라왔던 글의 내용은) 모욕죄·명예훼손죄 등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수준 이상"이라며 "반드시 색출해서 당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도 12일 페이스북에 “당원 게시판에 대통령 부부를 욕하는 게시물이 당 대표 가족 이름으로 수백 개가 게시됐다면 즉시 수사 의뢰해서 사안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작성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이번 논란이 당무감사까지 진행되는 상황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제가 따로 (당원게시판 의혹에 대해 한 대표에게) 묻거나 들은 것은 없다”며 “당무 감사로 갈 건지, 몇 가지 사항만 확인하고 이렇게 마무리할 건지 여러 사정을 보면서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한계인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2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글 작성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가 없다"며 "자기 우호적인 칼럼 링크를 (당원게시판에) 걸어놓은 게 그게 문제가 되나"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은 12일 YTN 뉴스나이트에서 “보수층 내에 두 가지 기류가 있다”며 “ 윤 대통령 중심으로 국정 난맥을 풀고 국정 운영을 하자는 기류와 한 대표 중심으로 보수 재건을 하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당원게시판 논란이) 불거진 부분이 있다"고 바라봤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커진다면 정부여당을 향한 여론이 악화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운영 위기에 직면한 여당이 국정과는 전혀 관련없는 소모적 논쟁을 펼친다는 것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YTN 뉴스나이트에서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안 되고 있는데 여전히 당내에서는 친윤, 친한 패거리를 나눠서 당무감사 얘기가 나오고 공방이 진행되는 건 여전히 국민의힘이 대단히 한가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당원게시판 논란이 당내 갈등으로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한 대표와 당 지도부가 확실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채널A 정치시그널에 나와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소문과 추측이 더해져 당내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이 떳떳하기 위해서라도 이 부분을 빨리 밝히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