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잠정적으로 봉합하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통해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건의한 특별감찰관을 수용하면서 당정 갈등이 숨고르기에 들어가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국면전환을 위해 당정화합의 모습과 함께 민주당 견제 수위를 높여 보수지지층 결집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 모종의 의견 합치가 이뤄져 이른바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의 양상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담화 뒤 한동훈 대표가 이에 긍정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서로 의견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른바 윤한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전향적 태도변화와 함께 민주당을 향한 공격적 태세전환을 하고 있어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크게 착각한 것 같다"며 "이재명이라는 기득권 정치인 1명의 범죄 처벌을 무마해 주려고 선진국의 상식 있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선동에 넘어가 판사 겁박하러 주말에 거리로 나서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이런 한동훈 대표의 태도변화를 두고 이른바 '강약약강(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한 모습)의 아이콘'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한 대표가 추진한 요구사항을 모두 묵살했는데 한 대표는 마치 대통령이 요구를 들어준 것처럼 궤변을 주장하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을 원천 거부하는 대통령을 향해 꼬리를 내리고 쓴소리 한마디 못하는 한 대표가 애처롭다"고 꼬집었다.
이런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가 지금까지 보이던 태도에서 변화를 나타낸 배경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사건'과 같은 달 25일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물론 각 재판에서 설사 유죄판결이 내려지더라도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김건희 여사 국정농단 의혹'을 덮을 모멘텀으로 여기고 당정갈등에서 한 발 물러서 야당을 향한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돌아다니는 이른바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공식을 적용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활용해 보수층에서 하락한 지지세를 만회하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아울러 최근 나타난 당정갈등의 소강상태의 또 다른 밑바탕에는 한동훈 대표의 위기 의식도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표를 향한 보수진영의 지지율이 하락추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11월5일~7일 실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한 대표는 14%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는 지난 7·23전당대회 기간 실시됐던 같은 업체의 조사보다 5% 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특히 같은 기간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경북에서는 한 대표의 지지도가 24%에서 19%로 하락했다.
정치전문가들은 한동훈 대표가 지지층 결집을 이뤄내고 여권의 공멸을 막기 위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막는데 주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통과로 '국정농단 및 공천개입'과 관련된 혐의점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정권이 무너질 경우 한 대표의 정치적 존립 기반도 무너질 수밖에 없어서다.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YTN 뉴스 NOW의 '시사정각'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마음속으로 정한 것 같다"며 "특검법은 과거의 문제인 만큼 반대하는 대신 그것에 상응하는 특별감찰관제도를 강조하고 인적쇄신은 대통령이 하겠다고 했으니까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가 대통령에게 요청한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된 쇄신안이 구체적으로 실천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 추천논의를 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여는 14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세 번째 상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다.
국민들에게 정부와 여당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문제에서 쇄신의 고삐를 늦추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 한 대표가 쌓기 위해 애쓴 정치 개혁 이미지가 다시 퇴색할 공산이 크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향한 찬성여론이 크게 불타오르고 있다는 점도 한 대표에게 불리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꽃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찬성해야 한다'는 응답은 67.7%로 '반대해야 한다'는 응답(24.5%)의 2.5배를 넘어섰다.
이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꽃 자체조사로 2024년 11월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무선전화 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전체 응답률은 12.8%다.
더구나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특감으로 특검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는 상태라 이와 관련한 한동훈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지금 며칠 동안 고민해서 나온 발언이 특별감찰관을 비롯한 일반적 쇄신밖에 없는지, 그리고 일반적인 쇄신만을 이야기할 타이밍인지 의심스럽다”며 “한 대표가 ‘강강약약(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이라는 말을 했는데 강자에게 강한 모습을 제발 좀 말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시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