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는 환율과 유가 등 변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항공사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귀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등장에 따라 항공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환율과 유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항공사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로서는 항공사들의 유불리를 따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7일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2기에도 환율은 항공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변수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기 전부터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가능성을 반영하며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이 확실시된 6일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를 떠올렸을 때 가장 체감이 많이 됐던 요인이 환율 변동이었다”며 “환율이 실적에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보이는 데다 고관세 정책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며 금리 인하 폭이 줄어들고 그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더 이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항공사들은 외화부채 비중이 많이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을 때 수익성이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항공기 임차(리스), 차입금 등의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대개 달러로 결제한다.
항공유 구매 역시 달러 결제 비중이 크다.
국내에서 가장 큰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외화평가손실 280억 원을 보는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14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도 사정이 다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기단 규모가 가장 큰 제주항공이 환율 민감도 분석을 한 결과 상반기 말 기준으로 원화 환율 5% 상승할 때 약 300억 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상황이 트럼프 1기 때와는 다른 데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다양한 만큼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에 따른 영향을 섣불리 예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도래가 환율 측면에서는 항공사들에게 우호적이진 않을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면 유가와 관련해서는 항공사들에게 유리한 방향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대선 경쟁자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달리 석유 등 전통 에너지에 친화적 태도를 보여왔다.
▲ 미국 노스다코타주 디킨슨 카운티에 위치한 원유 시추 장비. <연합뉴스>
전통 에너지의 공급 확대를 공언해왔던 만큼 트럼프 2기에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내리면 3100만 달러 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항공사들에게 부담이 되는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의무화 등 친환경 정책들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영업실적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는 요인이다.
여객뿐 아니라 화물사업도 하고 있는 항공사들로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 정책기조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관세를 적용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글로벌 물류가 위축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트럼프 당선인은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을 독려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글로벌 물류가 위축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항공화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온라인 해외 직구에 대해 면세한도인 800달러를 폐지한다든지 규제를 강화하면 항공 물동량이 급격히 줄며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리쇼어링과 온쇼어링(미국 내 생산시설 건설)이 늘어나는 것도 물동량 감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