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11-0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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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내 기업들의 경영 위기가 고조되면서 재계에 인사 쇄신 바람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이미 연중 비정기 인사로 일찌감치 조직 혁신에 나선 곳도 있고, 예년보다 연말 인사 시기를 앞당겨 시행한 곳도 있다. 아직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기업들 사이에는 인사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시기에 기업들이 인사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연임 첫해로 지금까지 외형 측면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경영성과의 명과 암이 명확히 나뉘는 만큼 내실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연임 첫해 받아든 성적이 인사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국내 산업 전반에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호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일반적으로 11월 중순 대표이사 인사, 12월 중하순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다만 ‘성과주의’에 기반한 보상을 강조했던 지난해처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리더를 육성하겠다는 기조 역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취임 4주년을 지나며 여러 지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래 청사진을 구체화할 적기로 여겨져 인사 규모 자체는 작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현대차 97명, 기아 38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모두 252명에 이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인원이 승진한 바 있다.
현대건설은 역대급 임원인사가 단행된 지난해에도 다소 조용한 연말을 보냈다.
먼저 대표이사 인사에서 윤영준 사장은 올해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에 성공했다.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임기를 2027년 3월21일까지 연장했다.
이어 임원인사에서도 소폭의 승진만 이뤄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전무 3명, 상무 7명 등 모두 10명이 승진자로 발탁됐다. 2022년 말 승진한 임원 수도 11명에 그쳤다는 점, 부사장 승진 인사가 2020년 말 인사가 마지막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윤 사장 체제에서는 조직 안정화에 더욱 힘을 실어 온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완성차 및 부품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기차, 수소차 등의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과 비교해 수주잔고 중심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설 계열사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도 높은 파고 없이 인사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수 년 동안 급격한 원가 상승, 업황 침체 탓에 건설업계 전반은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특히 현대건설도 올해 들어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현대건설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을 보면 2021년 4.2%에서 올해 1~3분기(잠정집계 기준) 2.0%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물론 임원인사를 보면 한 분야에서 기술력과 영업력을 쌓아온 인물들이 꾸준히 기여하는 건설업계 일반적 관행에 따라 승진자 숫자가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사장이 대표로 내정되기 직전인 2020년 3분기 말 5명이었던 현대건설 부사장이 현재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건설에서 부사장 승진자가 나올지 정도가 이목을 끈다. 현대건설의 마지막 부사장 임원이었던 임용진 전 플랜트사업본부장은 올해 1월 퇴임했다.
이에 현대건설 인사에서는 대표이사 쪽에 시선이 몰린다.
건설업계 실적 부진이 본격화한 2022년부터 대형건설사들을 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외하고 최근 대우건설까지 모든 건설사의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물론 대형 사고, 오너경영체제 전환,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이슈가 섞여 있지만 업황이 바닥인 국면에서 대부분 새로운 체제를 꾸리고 있는 흐름은 나타나는 셈이다.
윤 사장은 올해 연임 첫해인 만큼 임기만료일까지 2년 이상이 남아 있는 데다 임기 내내 가파른 외형성장과 풍부한 일감 확보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건설 별도기준 매출은 2020년 9조3201억 원에서 지난해 15조7790억 원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도 1~3분기 누적 매출 12조8740억 원을 거두며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별도기준 수주잔고를 보면 2020년 말 34조 원가량에서 올해 3분기 말 58조8천억 원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윤 사장은 전문분야인 주택사업 핵심 일감인 도시정비에서 2019년부터 이어진 연간 신규수주 1위 자리를 지켰고 2022년에는 업계 최초로 ‘9조 클럽’에 가입하는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연간 도시정비 신규수주 1위 기록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밖에 불가리아에서 15년 만에 해외원전 건설을 재개하며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SMR), 원전 해체, 사용후 핵연료 처리까지 원전사업을 새 동력으로 삼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라는 업계 공통의 과제는 극복하지 못한 만큼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어깨의 짐으로 남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올해 초 윤 사장의 연임을 놓고 이사회는 추천사유를 “어려운 경영 환경속에서도 특유의 전문성과 리더십으로 현대건설의 수주, 매출 및 이익 등 주요 지표의 성장을 이끌어냈다”며 “특히 탁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도시정비수주 5년 연속 1위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운 가운데 원전 및 국내외 대형 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함”이라고 설명했다.
연임 첫해 대부분 성과를 만족하고 있는 가운데 ‘이익’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대표이사 인사가 지니는 여러 변수도 존재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1957년생인 윤 사장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
윤 사장 이외에는 정재욱 현대위아 대표이사 사장이 1959년생이고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과 현대트랜시스 대표이사 사장이 1961년생이다.
또 재계에서 일반적으로 연임 이후에는 임기를 보장받기보다 매년 실제 성과에 따라 평가받는 일이 적지 않기도 하다.
현대건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지난해에는 비교적 잠잠한 인사철을 보냈는데 올해는 다를 가능성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