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NH농협금융지주가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 가운데 처음으로 이사회 안에 내부통제위원회를 만들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막판까지 잇따른 금융사고로 무너진 농협금융에 대한 신뢰 회복에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5대 금융 가운데 가장 먼저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내부통제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연합뉴스> |
6일 5대 금융 이사회 현황을 살펴보면 농협금융이 유일하게 내부통제위원회를 두고 있다.
농협금융은 10월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농협금융지주 정관 일부개정정관’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같은 날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 공시를 내고 내부통제위원회의 신설을 알렸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은 최근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했음에도 내부통제위원회 설립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현재 우리금융과 KB금융은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을 계획하고 있고 신한금융은 설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 설치는 7월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발맞추기 위한 조치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이사회 안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다만 감사위원회 또는 위험관리위원회가 내부통제위원회에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농협금융도 기존 감사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있는 만큼 내부통제 역할을 해당 위원회에 맡겨도 된다.
그럼에도 내부통제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한 것인데
이석준 회장의 내부통제 강화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내부통제 강화 의지는 농협금융 산하 계열사들에서도 확인된다.
NH농협은행은 8월 5대 은행 가운데 첫 번째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했고 NH아문디자산운용은 10월29일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
이 회장이 내부통제위원회 설치에 발 빠르게 나선 배경에는 잇따른 금융사고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농협금융 핵심 계열사인 은행에서는 올해 7건의 금융사고가 적발되면서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사고금액이 10억 원 이상으로 수시공시 된 6건의 합산 사고액만 450억 원이 넘는다. 나머지 한 건의 사고금액은 약 2억5천만 원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7번째 사고는 이 회장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이석용 농협은행장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잦은 금융사고 발생에 대해 나란히 고개를 숙인 지 일주일만인 10월25일 공시되기도 했다.
농협금융이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고객 기반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뢰도 하락은 더욱 뼈아플 수 있다.
농협금융은 특성상 주 고객 연령층이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이에 젊은 고객층 확대는 꾸준한 과제로 여겨진다.
특히 이 회장은 모바일 앱 ‘NH올원뱅크’를 슈퍼앱으로 키우는 등 디지털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면서 농협금융의 미래성장성 확보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처럼 농협금융의 미래를 위해 고객층을 넓히는 가운데 터진 금융사고는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고객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 NH농협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에서 올해 잇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
이 회장도 2023년 준법감시협의회에서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금융혁신의 시대에는 개별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수준이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이 회장은 18일 농해수위 국감에서 “(금융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월 계열사 대표를 소집해서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하라고 부탁했다”며 “상호금융도 교육, 전산시스템 등을 통해 금융사고를 예방하려 하지만 점포와 직원이 가장 많다 보니 더 잦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2023년 1월 취임해 올해 말로 임기를 마친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주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농협중앙회에 올해 초 강호동 회장체제가 새로 출범했다는 점,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 등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바라본다.
지주 이사회는 9월 말 회장 승계절차를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