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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무료배달로 생태계 엉망, 소비자가 다시 배달비 부담하면 어떨까

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 2024-11-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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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가 마지막 회의만 남겨두고 있다.

대부분 안건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상생협의체의 핵심인 중개수수료 문제는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기자의눈] 무료배달로 생태계 엉망, 소비자가 다시 배달비 부담하면 어떨까
▲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4일 추가 회의를 앞두고 있다.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상생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배달플랫폼을 향한 입점업체 점주들의 불만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무료배달’ 경쟁 이후 폭발했다.

쿠팡이츠는 배달 시장에 뛰어든 지 약 5년 만에 무료배달 카드를 꺼내들었다. 배달비를 점주와 소비자가 일정 비율로 나눠 내는 것이 기존 구조였다면 소비자가 낼 몫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는 구조로 바꾼 것이다.

쿠팡이츠의 움직임에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만년 꼴찌 플랫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밀어내고 업계 2위로 도약한 것도 바로 무료배달 카드 덕분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점유율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압도적 1위 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6.8%였던 중개수수료를 3%포인트 인상한 것은 바로 출혈경쟁을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영업이익 7천억 원을 벌었는데 출혈경쟁 탓에 수수료를 올리는 것을 어떻게 합리화할 수 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쿠팡이 본업에서 번 돈을 쿠팡이츠에 쏟아붓는 것과 달리 우아한형제들은 오로지 배달 사업으로만 먹고살기 때문에 쿠팡이츠처럼 손해를 감수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면 손익에 크게 부담이 갈 수 있다. 실제로 쿠팡이츠는 여전히 적자 중이다.

요약하자면 쿠팡이츠가 던진 돌이 배달업계 점유율 1위 경쟁사의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큰 파도가 돼 점주들을 덮친 듯한 그림이다.

이와 관련해 점주들의 비난은 쿠팡이츠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츠 시각에서 보면 중개수수료와 관련해 욕을 먹는 사정이 억울할 수 있다. 무료배달만 한 것일뿐 중개수수료를 올린 것도 아닌데 느닷없이 수수료를 갈취하는 플랫폼처럼 인식되고 있다.

쿠팡이츠의 행보가 우아한형제들의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진 것을 놓고 쿠팡이츠 욕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시장 점유율 3위 사업자가 공격적 전략을 펼친 것을 놓고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경쟁사 사정까지 생각해가며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다.

하지만 배달 중개수수료 문제가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생계와도 맞물려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고민해볼 지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배달앱 시장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소비자와 점주, 배달플랫폼 모두 할 말은 많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과거 배달비가 무료였던 시절을 상기하며 배달플랫폼 등장 이후 배달비라는 것이 생겼다는 사실에 볼멘소리를 낸다. 점주들은 점주대로 배달플랫폼 때문에 애꿎은 중개 수수료만 나간다고 불만이다.

배달플랫폼 관계자들도 소비자와 점주, 라이더 눈치를 보느라 어깨를 펴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한국의 배달플랫폼이 점주들에게 부과하는 중개수수료는 약 10%인데 이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활동하는 배달플랫폼이 음식점에게 받는 중개수수료 15~30%와 비교해 저렴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개수수료 때문에 장사를 하기 힘들다는 항의를 받느라 힘겹다는 것이 플랫폼 관계자들의 얘기다.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탄생한 서비스가 주요 이해관계자들에게 모두 욕을 먹는 상황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의견 차이가 크다 보니 불만도 잦아들지 않는다. 사실 한 발씩 양보하지 않으면 ‘상생’은 불가능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상생협의체가 생긴 이유도 우선 플랫폼과 점주들 만이라도 합의를 보라는 것인데 그마저도 참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이해관계자의 한 축인 소비자가 도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소비자들이 도와야 할 이유는 사실 없다. 안 도와도 그만이다. 하지만 자영업자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나라, 세계적으로 배달시장이 가장 활성화한 나라에 거주하는 소비자라는 점에서 배달 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가를 놓고 한 번쯤은 고민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 기자 생각이다.

소비자 관점에서도 답은 존재한다. 과연 무료배달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배달비를 전적으로 부담하자는 얘기다.

배달플랫폼이 생기고 나서 소비자들이 배달로 받아서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배달플랫폼이 생기기 전에는 배달음식을 떠올릴 때 짜장면, 치킨, 피자 정도가 전부였다면 지금은 배달이 안되는 메뉴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오픈런을 해야만 하는 매장 음식도 배달이 가능하고 예전에는 배달로 시켜먹는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 했던 메뉴들도 이제는 어느 식당에서 시켜야할지를 고민해야 할 정도다.

소비자들도 배달플랫폼을 통해 누리고 있는 편리함이 적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배달비를 부담하는 것이 불합리한 정도는 아닐 것이다. 배달원에게 최저시급에 준하는 비용은 배달음식을 전달받는 소비자가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료배달 주문에서 배달비는 점주와 배달플랫폼이 부담한다. 배달비를 다시 점주와 소비가 부담하는 구조로 되돌리면 배달플랫폼이 중개수수료를 인하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미 상생협의체에서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를 조건부 인하할 수 있다는 뜻을 보였다. 배달비 문제가 더 해결된다면 중개수수료 인하에도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중개수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4일 있을 마지막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 정부가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료배달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올린 쿠팡이츠는 무료배달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이츠 입장에서는 점유율을 높이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카드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아쉬울 수 있다.

무료배달을 끝내는 것이 아쉬운 것은 쿠팡이츠 뿐만이 아니다. 무료배달이 중단되면 소비자들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아쉬운 사람 하나 없이 현재 배달시장에서 터져나오는 논란들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 회의에서만큼은 이름처럼 상생을 고민할 수 있는 상생협의체가 되길 기대해본다. 윤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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