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대표 사임을 세대교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최근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끼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출연 논란
1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해 설립한 민간연구소인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에 30억 원을 출연했는데 이 연구원이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김 대표의 사임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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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헌 네이버 대표. |
미래창조과학부는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민간합동간담회에서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뒤 네이버와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 7개 기업이 각각 30억 원을 내놓았고 10월 중순 연구원이 문을 열었다.
그런데 올해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 설립자금 모금부터 인사, 연구과제 배당 등 과정에서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러 기업들이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한 경위를 놓고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출자한 연구원이 특혜 의혹을 받으면서 김 대표가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면 연임하지 않고 물러나겠다고 10월20일 밝혔는데 당시는 미르, K스포츠와 관련해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던 시점이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래부 국정감사에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3월 LG그룹 관련자를 만나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설립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미르나 K스포츠처럼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설립과정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의 원장과 이사장을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이 맡고 있는 점도 구설에 올랐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초대원장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시절 선거진영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한 국가미래연구원에 소속돼 있었고 연기금 정책을 담당한 힘찬경제추진단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 민간위원을 맡기도 했다.
조현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이사회 의장은 2011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정부가 지능정보기술연구원에 앞으로 5년 동안 매년 150억 원씩 모두 750억 원어치의 연구개발(R&D) 과제를 지원하기로 한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안정상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은 “연구실적도 없는 신설 연구원에 매년 150억 원의 과제를 맡긴다는 것은 ‘특혜 중의 특혜’”라고 지적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김 대표가 물러난 것은 지능정보기술연구원에 출자한 것과 전혀 무관하다”며 “김 대표가 오래 전부터 적절한 시점을 검토하고 있었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앞둔 상황에서 세대교체에 중점을 두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 우병우와 인연
김 대표가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연도 주목된다. 김 대표는 법조인 출신 경영자인데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다.
우 전 수석은 1996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가 된 뒤 2013년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등에서 요직을 거쳤다.
김 대표는 LG그룹과 NHN(현재 네이버)을 거치면서 법조인 출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회사의 여러 법적분쟁을 해결하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는 NHN이 포털의 지배적인 위치를 남용하고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조사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당시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과 관련해 “네이버의 점유율은 독과점의 결과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 뒤 네이버는 1천억 원을 들여 소비자와 중소사업자를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내놨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여 조사를 종결했다.
업계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우병우 전 수석이 검찰수사 등으로 집중적으로 조명될 경우 김 대표도 부담을 느낄 수 있어 네이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봐 네이버 대표에서 내려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