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100일(10월30일)을 앞두고 정치적 위기에 놓이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 과정에서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하는 ‘특별감찰관 도입’ 문제로 당정 갈등이 심화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 위상이 흔들린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차기 대권에 대안으로 부각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가 중앙정계에서 당정갈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정치생명에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최근 경인방송 라디오 '굿모닝 인천 이도형입니다'에 출연해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를 비롯한 정치현안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지속해서 각을 세우는 것은 여당 대표의 행보가 아니다"며 "여권 내부의 갈등으로 정권이 무너지면
한동훈 대표는 같이 침몰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한동훈 대표의 최근 정치 행보와 관련해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행태 자체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시점을 둔 판단 착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기 대권을 위해서는 이미지 개선과 지지층 확장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타이밍을 지나치게 이르게 잡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앙 정계의 당정 갈등에서 비켜서 시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같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록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차기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지지율 격차가 벌어져 있지만 앞으로 행보에 따라 민심의 추이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범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누가 적합한지를 물은 결과
한동훈 대표는 20%,
오세훈 서울시장은 8%,
홍준표 대구시장은 6%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을 오차범위(±3.1%포인트) 바깥에서 앞서는 것이다.
리서치뷰 조사는 9월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RDD(임의전화걸기)·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하지만 주목할 것은 리서치뷰의 앞선 조사(8월)와 비교해 한 대표의 지지율이 4%포인트 낮아졌다는 것이다. 9~10월 들어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명태균씨의 폭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당정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한 대표의 지지율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오세훈 시장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와 비교해 1%포인트 오르며 8%를 보여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전히 차기 주자로서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서울 시내 철도의 지하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정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서울 서남권에서 동북권을 잇는 지상철도 약 68km구간을 지하화하는 정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맞물려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오 시장은 지상철도 전 구간을 지하화해 대규모 녹지공원을 만들고 영등포역이나 신촌 기차역 등 역사를 문화 상업시설로 개발해 새로운 경제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뿐 아니라 오 시장은 시민들의 수변지역 접근성을 높이는 '한강 르네상스 정책'과 서민 교통비 분담차원의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출범시켜 민생과 지역문화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보수의 맹점으로 불렸던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면서 보수층뿐만 아니라 중도적 성향을 지닌 계층에서도 지지를 받을 바탕을 마련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의 철도 지하화와 한강 르네상스 정책 행보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 사업'이나 '버스중앙차로' 정책과 닮아 있어 대권가도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오세훈 시장도 대선을 향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오 시장은 최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은 51%다"며 "아직 결심이 선 것은 아니지만 대선출마 의지가 과거 보다 진전된 것은 사실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과 관련된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오 시장과 관련성을 주장하고 있는 점은 정치적 부담 포인트로 꼽힌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적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도 이점을 염두에 두고 최근 국정감사에서 명태균씨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 홍준표 대구시장(가운데)이 24일 열린 '군위 신도시 메디컬센터 건립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 |
오 시장과 함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와 같은 ‘명태균 게이트’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정치 원로로서 한 대표를 비롯한 중앙 정치권에 훈수하는 이른바 ‘페이스북 정치’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홍 시장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를 향해 6공 시절에 '황태자'로 불리다 정계에서 은퇴한 박철언 전 의원을 거론하며 "정치 낭인들을 모아 행세해본들 오래 가지 않는다"고 저격했다.
홍 시장은 지난 28일에는 대통령실과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놓고 갈등을 빚는 한 대표의 모습과 관련해 "대통령 권위를 짓밟고 굴복을 강요하는 형식으로 정책 추진을 하는 것은 무모한 관종정치"라며 "그건 자기만 돋보이는 정치를 하기 위해서 여권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철부지 불장난에 불과하며 되지도 않는 혼자만의 대권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23일 회동한 뒤 한 대표를 향해 연이어 독설을 쏟아 내고 있다. 특히 한 대표와 친한(친
한동훈)계 정치인을 레밍(자살쥐)에 비유하면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되찾은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 한마음이 돼야 한다"며 "레밍같은 집안 노예들이 설치면 그 당은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한 대표를 향해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적하라고 뽑아 줬더니 야당에는 한마디도 안 하고 대통령 공격하고 여당 내 분란만 일으킨다"며 "천신만고 끝에 교체한 정권 망치려고 한 줌도 안되는 레밍 데리고 철부지 난동을 부리고 있다"고도 했다.
이와 같은
홍준표 시장의 페이스북 정치는 독설가로서 면모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홍 시장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열성 지지층에게 시원함을 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홍 시장의 정책적 공로나 리더십의 색채가 가려지게 되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침체된 대구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ABB(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미래모빌리티, 로봇, 헬스케어, 반도체 등을 5대 신산업으로 꼽고 투자유치와 각종 협력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독설만 중앙 언론에서 부각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홍 시장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페이스북 정치를 하는 배경에는 대권 주자 인지도 확보 면에서 효과를 노리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바라본다.
정치평론가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자신의 유튜브 '최진의 대통령TV'에서 "
홍준표 대구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한동훈 대표를 비판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 당심을 잡고, 열성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노림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2024년 6월말 현재 국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가중치(셀가중)가 부여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