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가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사진은 캘리포니아주 로스트힐에 설치될 태양광 전력 충전소인 오아시스의예상 이미지. <테슬라>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소를 경쟁사에 개방하며 표준규격을 사실상 선점한 데 이어 이를 기반으로 신사업 확장을 위한 발걸음을 본격화한다.
테슬라는 태양광 기반 에너지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가동하는데 에너지 조달 및 비용 측면에서 사업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23일(현지시각)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168대 고속충전기(슈퍼차저)로 구성된 충전소 오아시스 프로젝트 계획을 공개했다.
이 충전소는 국제규격 축구장 16개 정도 면적인 약 12만㎡ 부지에 설치돼 오아시스라는 이름에 걸맞는 거대 규모로 구축되고 있다. 개장 목표 시기는 2025년 중반이다.
테슬라는 오아시스에 충전기뿐 아니라 자체 제조한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메가팩도 함께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충전소는 외부 전력망에서 전기를 공급받았는데 태양광으로 전기를 자체 생산해 차량을 충전하면 공급 단가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돌발 변수를 줄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4년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태양광은 풍력과 더불어 다수 시장에서 가장 값싼 에너지원”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태양광 패널 및 메가팩 제조에 있어서 원가 경쟁력이 높다는 점도 태양광 전력을 이용한 차세대 충전소를 낮은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테슬라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테양광과 ESS 판매를 담당하는 ‘에너지’ 사업부에서 30.5%의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을 거뒀다고 전했다. 이는 전기차 판매 부문보다 높은 수치다.
더구나 테슬라의 고속 충전 기술은 ESS와 태양광 사업 등 여러 측면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새 성장동력으로 전망이 밝다.
블룸버그는 세계 전기차 충전 시장이 2030년 1270억 달러(약 175조 원) 규모로 커지며 테슬라도 연간 74억 달러(10조2천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 지역에 설치된 테슬라 전기차 충전기 슈퍼차저. <연합뉴스> |
테슬라가 다른 전기차 기업에 자체 충전소를 개방했던 결정에 깔린 속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는데 결국 이를 기반으로 충전 수익원을 늘릴 틀을 다졌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충전소 설치를 선점한 뒤 이를 다른 전기차 제조사에 개방하겠다고 2023년 2월 발표했다.
테슬라는 다수 전기차 기업이 사용하는 결합충전시스템(CCS)가 아닌 북미충전표준(NACS)라는 이름의 규격을 쓰고 있다. 이후 GM과 포드를 비롯한 다수 전기차 제조사가 테슬라의 NACS를 받아들였다.
테슬라가 오아시스를 확장해 전기차 충전소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면 이들 전기차 이용자로부터 충전 수익을 계속 거둘 공산이 크다.
오아이스 프로젝트가 전기차 시장 크기를 키우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충전소 부족은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일시적으로 둔화한 ‘캐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자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장하면 이를 기반으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전기차 시장 성장도 유도할 수 있다.
테슬라 북미 지역 충전사업 책임자인 막스 드 재거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X 공식 계정을 통해 “충전 사업부는 근본 목적인 전기차 보급 가속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테슬라가 시장 상황에 따라 다소 좌우되는 전기차 판매량은 물론 상대적으로 안정된 인프라 기반 서비스 매출까지 둘 다 늘리는 ‘일석이조’를 노리고자 태양광 전력을 접목한 충전소 오아시스를 건립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장기 관점에서 차세대 충전소 구축은 테슬라 전기차 구매 유도는 물론 자율주행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 ‘로보택시’ 사업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로도 분석된다.
일렉트렉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태양광 설비를 갖춘 전기차 충전소와 관련한 질문을 2016년 던진 뒤 “사업에 필요한 준비를 마쳤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하며 오래 전부터 이 사업을 구상했음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