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현지시각) 태평양 도서국가 사모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연방 정부 수반 회의.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유엔(UN) 기후총회 개최를 앞두고 현재 국제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기후재무 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재원 조달책의 일환으로 세계 각국 공통으로 운영되는 ‘탄소 가격제’를 도입해 탄소거래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각) 영국과 옛 식민지였던 나라들이 구성한 국제협의체인 영연방은 태평양 도서국가 사모아에서 기후재무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루는 정부 수반 회의를 개최했다.
기후재무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그에 따른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되는 재정을 말한다. 주로 자체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개발도상국이나 사회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다.
패트리샤 스코틀랜드 영연방 사무총장은 “기후재무를 시급히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이 입는 피해의 심각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연방은 자체 기후대응 지원책으로 ‘기후재무 행동 허브’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 캐나다, 호주 등 부유한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기후 취약국들에 약 3억6600만 달러(약 5048억 원)를 지원해왔다.
이번 정부 수반 회의에서 영연방 회원국들은 오는 11월 말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국제 기후재무 확대를 공동으로 촉구하기로 결의했다.
같은 날 미국 주간지 ‘타임’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기후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운용되는 기후재무는 실제 필요한 규모에 턱없이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후재무 가운데 ‘손실과 피해 기금’이 가장 규모가 크다. 내년부터 세계은행 주관하에 집행되는데 규모는 약 1천억 달러(약 137조 원)에 달한다.
운용 재원은 서방권 선진국들과 중동 부국들이 협업해 마련했는데 원래 계획횄던 것보다 재정 조달이 2년 늦어졌다.
타임은 비영리단체 ‘기후정책이니셔티브’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손실과 피해 기금은 실제 필요한 기후재무 재정 규모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손실과 피해 기금 규모를 놓고 여러 차례 부족하다는 지적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도 영국 브리스톨 대학 연구진이 자체 블로그를 통해 매년 개도국들이 기후변화로 입는 피해 규모는 4천억 달러(약 551조 원)에 달한다며 지원책은 해당 금액을 기준으로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타임은 재정 조달이 실제 필요에 한참 못 미치는 이유가 기후변화를 향한 민간자본의 낮은 관심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운용된 자선액 가운데 기후 대응 명목으로 지급된 비중은 단 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동안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자본에서 기후 관련 분야에 투자된 비중도 단 0.5%에 불과했다.
클라우스 슈바브 세계경제포럼(WEF) 이사회장은 타임을 통해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미 필요할 것으로 입증된 기후변화 비용을 회피해서는 안된다"며 "투자자들과 자선가들과 함께 공익을 실천하면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그들을 방관자의 자리에서 끌어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부대행사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의 올림픽 경기장. <연합뉴스> |
이에 기후재무 재정 마련을 위해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국제탄소가격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3일(현지시각)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와 공동으로 연구해 작성한 '더 나은 기후대응을 위한 공동행동: 탄소 가격제, 정책 확산, 글로벌 기후목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현재 실제 기후대응에 필요한 투자와 재무 사이에는 큰 갭이 존재한다"며 "IMF는 이 갭을 메꾸려면 재무 규모가 현재보다 6배는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조달책으로는 세계 각국이 합의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제탄소가격제를 제안했다.
국제탄소가격제란 현재 유럽연합(EU)과 한국 등 국가들이 운영하고 있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를 하나로 통합해 전 세계적 규모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애초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세계 각국이 합의는 했으나 실제 시행되지는 못한 '국제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강화해 시행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제적으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및 탄소가격제가 75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하나로 통합하면 관련 수익을 안정화하면서 확대할 수 있고 운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마티아스 코르만 OECD 사무총장은 "현재 각국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실제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노력을 글로벌 영향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조율된 완화 정책은 탄소 누출이나 무역 왜곡 등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고 기후변화에 필요한 혁신, 비용 절감 및 공유 이익 기회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