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보험시장은 성장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을 받고 있는지 오래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국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9.1%에 이른다. 

웬만한 가정이 모두 보험을 들어놓고 있어 보험회사가 국내 보험시장에서 더 이상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내기 쉽지 않은 셈이다.

이에 국내 보험회사는 새 먹거리를 찾아 동남아시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보험 침투율이 낮고 성장 잠재력이 높아 국내 보험회사에 매력적 시장으로 평가된다.

10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해외사업 확대를 고려하는 국내 보험회사 최고경영자들은 인도네시아를 최우선 진출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보험회사 최고경영자 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최고경영자들은 해외사업 확대를 고려하는 국가로 인도네시아(27.7%)를 베트남(40.4%)과 함께 가장 많이 선택했다.

보험연구원은 이 같은 설문 결과를 두고 국내 보험회사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는 동남아시아를 우선 진출 지역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다른 국가보다 보험침투율이 낮아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22년 아세안 보험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보험침투율은 2.7%로 인접국인 싱가포르(12.5%), 태국(4.6%), 말레이시아(3.8%)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2억8천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인구와 경제 성장에 힘입어 보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는 골드만삭스 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경제규모가 세계 12위, 2050년에는 4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인구구조를 고려할 때 보험시장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생·손보 자산 성장률이 최근 10년간 연평균 각각 8%와 21.6%로 고성장 중이고 정부 주도로 자동차보험 의무화가 논의되고 있어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보험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한화생명과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등 국내 보험사들은 인도네시아 시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화재는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을 주목해서 누구보다 발 빠르게 진출한 보험사 가운데 한 곳이다.

삼성화재는 1994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설치했다. 2년 뒤인 1996년 현지 손해보험회사 투구 프라타마 인도네시아와 함께 합작법인 삼성투구를 설립했다.

인도네시아 보험회사 중 가장 높은 신용등급인 ‘A-’을 바탕으로 하여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 사이 거래(B2B)를 중심으로 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며 성장하고 있다.
  KB손해보험도 1997년 현지 손해보험회사 시나르마스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세우며 인도네시아 보험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KB금융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통해 보험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는 점은 다른 국내 보험사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KB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를 아세안시장의 거점으로 점찍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험뿐 아니라 은행과 증권, 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를 모두 진출시켰다.
  
KB손해보험은 KB뱅크(옛 KB부코핀은행)와 방카슈랑스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KB카드, KB캐피탈과는 자동차 할부금융과 연계한 자동차보험 판매 확대를 노리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인도네시아에 유일한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1998년 인도네시아 코린도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운 뒤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주변국으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는 그 중 한 곳이다. 2011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설립한 사무소를 중심으로 사업 확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보험회사 5곳 가운데 진출이 가장 늦은 편에 속하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생명은 2012년 국내 생명보험회사 가운데 최초로 현지 생명보험회사 물티코를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2023년에는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현지 손해보험회사 리포손해보험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보험사업을 한층 확장했다. 올해 4월에는 현지 은행인 노부은행의 지분을 매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보험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은행업에까지 진출하려 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노부은행 지분 투자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되는 대로 한화생명의 디지털 역량과 노부은행의 경영 노하우를 접목해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조승리 기자